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세계 석학들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부활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지방자치는 가야 할 길인 것 같다. 일찍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사회의 최고 가치는 다양성이기 때문에 지방분권이 미래의 정치 질서”라고 했고, 벤저민 바버는 최근 저서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 테러·빈곤·기후변화 등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국가는 너무 크고 무거운 반면 도시들이 보다 민첩하고 참여적이기 때문에 그 문제들을 더 잘 풀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은 성년이 된 우리나라 지방자치에 대해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한다. 여전히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아 아직 ‘미성년’이며 ‘2할 자치’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따라서 지방 4대 협의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독창적 지역 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치조직권, 자주 재원 및 자치입법권의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서울신문 1월 29일, 3월 31일자).
한편 중앙과 지방 간에 서로 섭섭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할 때가 많다. 정부는 자치단체가 정부의 중요한 시책에 만족스레 따라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그런가 하면 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자신들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과정을 무시하고 있다고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는다(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서울신문 4월 10일자 열린세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저성장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감소, 중앙·지방 및 광역·기초, 동급 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고령화, 다문화 가정 및 복지수요 급증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중앙·지방 간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한 시점에 행정자치부와 국회는 중앙·지방 간 상생협력을 위해 ‘중앙지방협력회의’와 ‘중앙·지방자치단체정책협의회’를 제도화시키고 있다. 아울러 행정자치부는 지방의 불필요한 갈등을 사전 인지해 지자체와 범부처 차원의 대응책을 모색하는 소위 빅데이터를 활용한 ‘갈등·분쟁 인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주민 아닌 국민 없고 지역 없는 국가는 있을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똑같이 국민행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권한이나 이슈가 지방자치에 귀속돼야 할지 아니면 중앙·지방 상생협력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지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명백해진다. 지방자치도 국민을 위해 만든 제도이고, 중앙·지방 상생협력도 국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쪽이 국민에게 더 이롭고 국민 행복에 더 가까운가’가 해답이다.
서울신문은 그동안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한편 중앙·지방 상생협력의 통합적 정책 수행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방자치와 중앙·지방 상생협력이라는 두 가지 모습의 성공 사례를 보다 많이 발굴해 공유해 주기 바란다. 어느 것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국민 행복의 두 수레바퀴이기 때문이다.
2015-04-29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