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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북한 희토류, 미 하원의장 vs 장그래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북한 희토류, 미 하원의장 vs 장그래

이도운 기자
입력 2015-05-05 23:40
업데이트 2015-05-0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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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편집국 부국장
이도운 편집국 부국장
봄이 막 시작될 무렵인 지난 3월 10일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서 ‘기회의 땅, 북한’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게 됐다. 현재 북한에서 어떤 투자와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를 예측해 보는 내용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 학생이 다가와 “희토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며 자료를 부탁했다. 왜 희토류에 관심을 갖게 됐냐고 물었더니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인 장그래의 영업팀이 중국과 북한의 희토류를 수입하는 사업을 추진했다”고 답변했다.

희토류는 스칸듐, 이트륨, 세륨 등 17종의 희귀한 원소를 일컫는데, 스마트폰과 HDTV, 태양전지, 전기차 등 첨단산업은 물론이고 셰일가스 채굴 등 에너지 산업에도 쓰이는 현대 산업의 필수 소재다. 설탕처럼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는데, 물에 잉크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물 전체의 색깔이 변하는 것처럼 조금만 첨가해도 빛과 자력 등을 통제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지난해 10월 20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통일대박과 한·미 관계’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했다. 발표 주제는 ‘북한에서의 투자, 비즈니스 기회’. 세미나에 앞서 발표자들이 오찬을 함께 했는데, 축사를 맡은 데니스 해스터드 전 하원의장과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 출신인 도널드 만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합류했다. 놀라운 것은 해스터드, 만줄로 두 사람이 먼저 북한 희토류를 대화의 소재로 올렸다는 사실. 그들의 정보와 지식은 꽤 깊이 있고 정확했다. 최근의 움직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질과 지하자원 정보까지 얻은 것일까. 그리고 그런 정보가 이미 워싱턴 정가에서도 공유된 것일까. 오찬을 마치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과연 우리나라 국회의장과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간의 점심 식사 자리에도 희토류가 대화의 소재로 오를 수 있을까.

희토류는 현재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량도, 사용량도 가장 많아 사실상 세계 시장을 독점한다. 이렇게 되니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하고 있다. 2010년 9월 일본 측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중국 당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해 일본 정부를 굴복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희토류 업계의 관심을 끌 만한 뉴스가 나왔다. 호주의 지질탐사 업체가 평안북도 정주 지구를 탐사한 결과 2억t이 넘는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추정 매장량의 2배, 중국 매장량의 6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탐사 프로젝트를 주도한 회사는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호주계 사모펀드로 알려진 SRE미네랄스의 합작 회사인 퍼시픽 센추리.

외교안보팀에 SRE미네랄스와 퍼시픽 센추리에 대해 취재해 보도록 했다. 두 회사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의혹만 많아졌다. 일주일 뒤에 나온 잠정 결론은 유령회사라는 것. 지금은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것. 상상의 날개를 펴 봤다. 북한의 희토류를 얻고 싶지만, 국내외 경제제재 때문에 공식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나라나 기업이 우회적으로 채굴 사업을 시도했던 것일까.

드라마 미생에서 희토류 사업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일곱 번째 에피소드에 관련 장면들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하려다가 쿼터를 줄이는 바람에 북한 희토류로 방향을 틀었다.

대다수 우리 국민은 북한의 희토류를 우리가 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발권은 중국이든, 미국이든 어디로나 갈 수 있다. 북한의 이동통신 사업은 SK텔레콤이나 KT가 할 수 있었던 사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집트의 오라스콤이라는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결국 사내 정치 때문에 영업팀의 희토류 사업이 좌절된다. 현실에서도 남북 관계 악화라는 정치적 요인 때문에 우리 업체들이 희토류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결국은 정치의 문제인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 개선이 시급한 것 같다.
2015-05-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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