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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마오쩌둥의 여론학/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마오쩌둥의 여론학/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3-11-02 00:00
업데이트 201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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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권력은 총구와 펜대에서 나온다.”

중국 개국 원수 마오쩌둥(毛澤東)은 1927년 공산당 혁명 초기 정권을 수립·유지하려면 군사력은 필수라고 말했다. 동시에 적을 무찌르려면 여론을 한데 모아야 하며 이를 위해 언론이 당의 나팔수(喉舌·목구멍과 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신중국 건국 1년을 앞둔 1948년 그는 ‘당보(黨報)는 당 중앙의 노선을 무조건 따른다’는 제목의 지침 문서에서 “당이 총(군)을 지휘하듯 언론은 정권 수호를 위한 사상 무기와 선전 기관으로서 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오에 의해 정해진 중국 언론의 사명은 혁명이 성공한 지 반세기를 넘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주요 2개국) 시대에도 변함이 없다. 정부는 선전·선동은 물론 여론 통제 기술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최근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광둥(廣東)성 기관지 계열의 ‘신콰이바오’(新快報) 사건이 그렇다. 신문이 1면 제목으로 “기자를 풀어달라”며 항명에 가까운 항의를 하면서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신문의 천모 기자가 당초 국영 건설업체의 비리를 파헤쳤다가 공안에 끌려간 사실이 전해졌고, 다른 언론들도 동조하면서 이 사태는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의 불길로 번질 듯했다. 그러나 언론들의 ‘떼 공격’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천 기자는 영장도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쇠고랑을 차고 중국중앙(CC)TV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돈을 받고 기사를 썼다고 자백하면서 이 사건은 언론인 비리 문제로 일단락됐다.

앞서 자유파 자선 사업가로 1000만여 팔로워를 이끌며 인터넷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한 쉐만쯔는 성매매 혐의가 발각돼 하루아침에 ‘인간 말종’으로 추락했다. 관영 언론들은 매춘 여성들을 인터뷰해 그의 난잡한 성 취향까지 들춰냈다. 그는 급기야 CCTV에 죄수복을 입고 나와 자아비판은 물론 인터넷은 통제돼야 한다는 당국의 주장을 옹호했다.

비리 기자와 성매수를 일삼은 두 얼굴의 자선 사업가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건 직후 민주주의와 함께 요구되던 언론자유 대신 언론인의 자질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인터넷에서 당국을 비판하던 자유파 블로거들은 입을 다물었다. ‘당국의 홍보전의 승리’라는 평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중국 언론인들은 촌지를 받고 이해관계인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 주는 일은 있어도 돈을 받고 약점을 까발리는 일은 드물다고 말한다. 명예훼손으로 피소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대형 국유 업체 비방 보도를 시리즈로 쓴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당국은 눈엣가시인 블로거를 성 매매 혐의로 입건해 만천하에 비행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쉐만쯔 사건도 표적 수사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마오는 언론을 당의 나팔수로 묶어둬야 한다면서도 저서 ‘여론의 일치를 반박하다’에선 언론이 사상 경쟁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이 한데 모아지려면 여론 불일치 단계를 밟아야 하며 이처럼 다른 목소리 간 경쟁하는 과정이 있어야 사회도 진보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으로만 쏠리는 중국 관영 언론의 행태를 감안하면 의혹 제기와 반격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한국 신문 지면이 오히려 건강해 보인다.

jhj@seoul.co.kr

2013-11-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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