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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징검다리] 강자가 되는 法

[장태평 징검다리] 강자가 되는 法

입력 2012-08-23 00:00
업데이트 201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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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런던 올림픽의 두드러진 점이 있다면 종목별 ‘종주국’의 몰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국이 종주국인 양궁에서 우리는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펜싱에서도 종주국 프랑스에 노메달의 수모를 안기며 이탈리아에 이어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축구도 종가 영국의 자존심을 꺾으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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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한국마사회장
장태평 한국마사회장
월스트리트저널은 “올림픽에서 ‘종주국 효과’는 작용하지 않는다.”라며 “과학적 투자를 많이 한 나라가 많은 메달을 가져간다는 것이 올림픽의 유일한 법칙”이라고 썼다. 백번 맞는 말이다. 개개인의 투지, 노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지원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모범적인 사례가 유도다. 유도는 이웃나라 일본의 국기(國技)이며 자존심이기도 하다. 이 유도에서 우리는 2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판정의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 언론은 남자 유도에서 금메달이 하나도 없는 결과에 대해 충격 속에서 이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번 유도부문 메달 3개 중 2개를 한국마사회 유도단 소속의 김재범(81㎏ 이하, 금)과 조준호(66㎏ 이하, 동) 선수가 따냈다. 마사회 유도단은 지금까지 역대 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대한민국이 거둬들인 10개의 금메달 중 4개를 따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경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원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민호, 그리고 런던 올림픽의 김재범 선수가 이루어낸 결과다. 또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값진 기록도 달성해 냈다. 김재범 선수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제패하는 ‘유도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심판의 판정 번복으로 4강 진출이 좌절됐던 조준호 선수의 동메달은 금메달 못지않게 값지다. 많은 국민의 마음을 모으게 하고 기쁨을 준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세계무대에서 우리 유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원인을 분석한다면, 첫째는 무엇보다 선수 자신들의 필사의 노력이다. 김재범 선수는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독일의 비쇼프 선수에게 분패해 은메달 획득에 그쳤고, 4년의 각고 끝에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다시 운명적인 맞대결을 벌여 끝내 금메달을 획득했다. 4년 만의 설욕에 대해 김 선수는 “그때는 죽기 살기로 싸워서 졌고, 이번에는 죽기로 싸워서 이겼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이 말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런던 올림픽 10대 명언으로 꼽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바로 이런 필사의 투지가 축구에서도 동메달을 따게 했다.

이 힘이야말로 우리나라가 더없이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 강국으로 세계에 우뚝 서게 한 마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요즈음 경제가 어렵다. 우리가 한 번 졌다고 포기하거나 이겼다고 자만하지 않고 죽기로 노력한다면, 국가 발전에서도 새로운 금메달을 그리고 연속 금메달을 딸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또한, 이렇게 좋은 성적을 얻게 한 원인으로 마사회 유도단의 차별화된 선수 육성 시스템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마사회는 한국유도 발전을 위해 매년 18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금 13개, 은 8개, 동 7개로 종합성적 5위의 기대 이상 성적을 올린 데는 국내 스포츠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불리는 사격과 양궁·펜싱·체조 등이 선전했기 때문이고, 이들 비인기 종목의 뒤에는 마사회 등 여러 기업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자가 되고자 개개인은 죽기를 각오하고 최선을 다해 땀 흘리고 정진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는 이를 위해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방식으로 지원을 펼쳐 이들을 뒷받침해야 한다. 즉,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어디 스포츠뿐이겠는가. 경제든 문화든 정치든 직접 뛰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또한 이를 뒷받침 하는 생태시스템이 과학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얻는 또 하나의 메시지이다.

2012-08-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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