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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위양못을 위한 고언/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위양못을 위한 고언/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입력 2010-06-02 00:00
업데이트 2010-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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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경남 밀양의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부북면 위양리 선박제조공장 설립반대추진위원회’ 이순연 사무국장이라고 신분을 밝힌 그는 서울신문에 게재된 ‘너른 영화세트장, 밀양’ 기사(5월27일 자 18면)에 소개된 위양못에서 지금 부조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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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이 사무국장이 전한 내용은 이렇다. 밀양시 건설도시국 허가과는 2009년 1월28일자로 부북면 위양리 도방마을 앞산에 약 25만㎡(7만 5000평) 규모의 선박부품제조공장 건립을 허가했다. 경남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위양못과는 800m 쯤 떨어져 있다. 따라서 공장이 설립될 경우 공장 폐수가 위양못으로 유입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모내기철 한시적으로 수문을 여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물이 고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저수지의 특성상 수질 오염은 불가피하다. 위양못의 식생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취수장에서 불과 50m 거리에 공장 시설이 들어선다는 게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공장 폐수의 위양못 유입 부분에서 주민들과 시의 입장이 엇갈린다. 현재 위양못으로 유입되는 수로는 두 곳이다. 하나는 위양리 지싯골(장동)이고, 다른 하나는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방동 계곡이다. 주민들은 위양못 유입수의 대부분이 도방동 계곡에서 흘러간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시는 일부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의 말이 맞건, 바꿔 말해 유입수의 양이 많건 적건, 공장 폐수로 인한 위양못의 오염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시의 입장은 분명하다. 공장건립 신청과 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었으니 재고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설립 신청 공장은 전혀 공장 용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그러나 곱씹어 보자. 사업자가 거액을 들여 별도의 수로 조성 공사를 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이상, 공장 폐수가 기존 물길을 따라 위양못으로 흐를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양이 ‘대부분’이건, ‘일부’이건 말이다. 허가 당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참 유감스러운 일이다. 공장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다.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선박 부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백보 양보해서 공장 폐수가 위양못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치자. 그렇다 해도 폐수가 마을을 돌아나갈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상수도가 닿지 않는 탓에 주민들은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그 취수장 코앞에 공장이 생기는 것이다. 취수장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니, 시의 주장처럼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삶이 외면당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을까.

또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시에서 위양못 주변을 정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위 기사에도 밝혔듯, 시의 또다른 부서에서는 위양못 가운데 완재정까지 연결된 콘크리트 다리를 목재로 바꾸는 등 ‘제대로 된’ 관광지로 꾸밀 계획이다. 그런데 물 위에 공장에서 나온 기름이 떠 있고, 물을 터전 삼아 사는 주변 나무들이 죽어갈 때도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을지는 의문이다. 한쪽에선 관광지가 오염될 수도 있는 사업을 허가하고, 다른 쪽에서는 말끔하게 정비하겠다는 것인데, 뭔가 시 행정에 엇박자가 나고 있는 건 아닌가.

이것저것 문제 삼으면 도대체 중소기업은 어디에 입지해야 하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의 애로를 덜어주려는 ‘창업법’의 제정 취지 또한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정황은 작지 않은 규모의 공장이 들어서기 맞지 않다는 쪽에 더 많은 무게가 쏠린다.

주민들이나 시 모두 ‘법대로’ 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터. 이 경우 시에서 먼저 대안을 제시해야 옳다. 일정 부분 원인제공의 측면도 있으려니와 행정적인 ‘완급조절의 묘수’ 또한 시가 주민보다 더 잘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angler@seoul.co.kr
2010-06-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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