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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세종시 치유의 길/류찬희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세종시 치유의 길/류찬희 사회2부장

입력 2010-07-14 00:00
업데이트 2010-07-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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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국론분열을 가져왔던 세종시 건설이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전 대상 기관과 이전 시기를 못박고 차질 없는 이전을 약속하면서 현장의 중장비는 다시 움직이고 있다. 정치적 공방을 벌이느라 1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첫 입주 시기는 당초 계획한 대로 2012년에 맞췄다. 지연됐던 공사 입찰·계약, 공사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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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시는 애당초 정치적 산물로 태어났다. 지방분권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으나 속내는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공약이었다. 충분한 논의나 준비를 거치지 않고 정략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정권이 바뀐 뒤에는 당연히 손을 봐야 하는 대상이 됐던 것이고, 그래서 나온 것이 당초의 도시 성격을 뒤집은 수정안이다. 중앙부처 이전을 거둬들이는 대신 원안에서 부족한 생산시설을 입주시키고 인구를 끌어들여 진정한 자족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이른바 ‘플러스 알파(+α)’ 청사진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충분한 논의나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적 반발을 무마시키고 지역 주민의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론적으로 정쟁을 불러오고 1년 가까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결과만 가져온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가라앉은 듯하다. 세종시 건설이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α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생각에 뒷맛은 개운치 않다. 그래서 세종시 건설을 놓고 각 정파가 보다 솔직했으면 한다.

우선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를 서자(庶子) 취급하지 말고 명품 자족도시로 건설하는 데 역량을 모아줘야 할 것이다. 원안대로 정부 부처를 이전하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족 기능 확충과 정부기관 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수정안이 심판을 받았듯이 원안에 대한 심판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국론분열만 가져올 뿐이다. +α를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이라는 덤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도 세종시와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 발전을 가져오고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조성하면 그만이다. 어느 정책이고 완벽할 수는 없다. 세종시 건설에 따른 부작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주체는 현 정부다. 필요하다면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은 정치다.

야권과 충청권도 세종시를 더 이상 정쟁의 공격 대상으로 삼지 말 것을 주문한다. “원안에도 +α가 들어 있다. 수정안에서 제시했던 인센티브를 고스란히 내놓으라.”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세종시가 더 이상 표를 의식한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혹시라도 다음 선거 과정에서 정략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하고 인센티브를 주어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은 국가적으로 볼 때 제로섬 게임이다. 다른 지역 단체장들이 “이 나라에는 세종시만 있는 것이냐.”는 볼멘 소리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다.

세종시를 유령도시로 전락하게 해서도 안 되지만, ‘세종시 원안+수정안 알맹이’를 고집하는 주장 또한 지역이기주의이고 정략이다. 혹시라도 +α를 얻기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면, 그동안 세종시 건설에 같은 배를 탔던 ‘친박’으로부터도 외면받을 수 있다.

세종시는 원점에서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지만 온통 상처투성이다. 치유를 위해서라도 세종시를 더 이상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여야, 지역을 따지지 말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충실하고 후대에 물려줄 자랑스러운 명품 ‘행복(幸福)도시’를 조성하는 일만 남았다.

chani@seoul.co.kr
2010-07-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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