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데스크 시각] 돼지 키우는 심봉구씨/임병선 영상콘텐츠부장

[데스크 시각] 돼지 키우는 심봉구씨/임병선 영상콘텐츠부장

입력 2011-12-16 00:00
업데이트 2011-12-1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그런 생각을 하는 농장 주인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8년 전에 그랬다는 게 더 신기했다.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촬영차 찾은 전북 김제시 공덕면 황산리 증촌마을에서 만난 심봉구(50) 우정종돈 대표.

이미지 확대
임병선 체육부장
임병선 체육부장
“우리 농장의 돼지고기를 사먹는 소비자들이 돼지를 어떤 환경에서 사육하는지 보겠다고 찾아 오면 어떨까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던 거지요.”

기자는 하루 20t씩 배출되는 돼지 분뇨를 발효해 모은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액체비료를 만들어 농지에 뿌리는 에너지 자립 모델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았는데, 그와 농장은 더 큰 놀라움을 안겼다. 씨돼지 4000마리를 키우는 농장이라면 당연히 코를 찔러야 할 악취가 풍기지 않았고 돼지 울음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심 대표가 8년 전 담 두께를 30㎝나 되게 축사를 새로 지었기 때문이었다. 축산학을 전공하고 남의 농장에서 6년 정도 일을 익힌 뒤 자기 농장을 가질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한 그가 축사 신축을 결심한 것은 2003년 여름 농장에 놀러온 초등학생 아들이 “이걸 우리가 먹어?”라고 물었을 때 아무 답도 하지 못한 경험 때문이었다.

남다른 양돈을 하겠다고 마음 먹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랐다. 자기 돈 8억원을 털고도 모자라 15억원의 정부 융자를 받았다. 그때는 집에 150만원밖에 가져다주지 못했다. 최근에야 분양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할 정도였다. 내년부터 융자 원금과 이자를 합쳐 한 해 1억 8000만원씩 갚아야 한다. 그러려면 5억~6억원을 손에 쥐어야 하니 하루도 농장을 비울 수 없게 됐다면서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농장에서 돼지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은 1.43㎡, 농림수산식품부가 정한 사육면적 기준(0.79㎡)보다 1.8배나 넓다. 돼지농장 하면 떠오르는 낯 부끄러운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오죽하면 이곳 돼지는 안락하게 자란다는 얘기가 나올까. 최고급 사료를 먹이고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직원 넷 가운데 셋이 4년제 대학 출신이란 점도 남달랐다.

농장 옆에는 돼지 분뇨의 수분을 제거하고 미생물을 발효시켜 만든 액체비료를 배추밭과 보리밭에 자동으로 뿌리는 시설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달부터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을 가동하면서 들어선 시설인가 싶었는데 심 대표가 이미 5~6년 전 만든 것이었다.

이웃들이 농장 옆에 발전시설이 들어서도록 50년 동안 쓰라고 땅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그에 대한 믿음이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사례가 전국을 통털어 처음 아닌가 싶다.

농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사육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 뒤따르는 이들이 한둘씩 나오고 있다.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농촌에 희망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마을이 살 길을 제시하고 싶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자급하고 남는 전기를 20일쯤부터 한전에 팔면 주민들에게 돈이 돌아가게 되고 유리온실에서 재배한 작물을 판매하는 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어떻게 보면 실험이에요. 이 모델이 잘되면 몇년 뒤에는 많이 따라오겠지만 실패하면 욕도 많이 얻어먹겠지요. ‘그럴 줄 알았다.’고, 하지만 두려워하는 게 아니고, ‘안돼 안돼’ 하지만 말고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발전시설로 전기와 비료 등을 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세계와 경쟁하는 농산물 수출단지로 키우고 싶은 거예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농촌에 햇살이 영영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그런 걱정을 책상머리에서 하는 관료나 연구진, 농촌에 뛰어들 꿈을 키우고 있는 이들에게 그를 한 번 만나볼 것을 권한다.

bsnim@seoul.co.kr

2011-12-16 30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