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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작은 학교 통폐합은 사회문제/조한종 사회2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작은 학교 통폐합은 사회문제/조한종 사회2부 부장급

입력 2012-08-14 00:00
업데이트 201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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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민 1100여명이 살고 있는 강원 춘천시 남면에는 학교가 없다. ‘폐교 쓰나미’가 불어닥친 지난 1993년 이후 20년 동안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초등학교 1곳과 분교장 2곳, 중학교 1곳 등 4개 학교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가 사라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왔다. 자연스레 동창회와 마을공동체 의식이 사라지면서 활력을 잃었다. 폐교에 따른 상실감으로 사람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남아 있는 노인들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사라진 마을을 불안하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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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종 사회2부 부장급
조한종 사회2부 부장급
#2. 첩첩 산골마을에 있는 강원 화천 오음초교는 폐교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흔치 않은 학교다. 마을주민들과 학부모들이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을 강하게 반대한 것이 주효했다. 학교는 마을의 생존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에서 폐교를 막았다. 전교생 26명은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특색 있는 생태교육을 받는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생활지도와 인성교육도 1대1 맞춤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도시인들이 부러워하는 학교로 변모했다. ‘작은 학교는 비교육적이다.’는 논리를 깼다.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정책이 교육 차원을 넘어 지역의 존폐가 걸린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갈등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온 해묵은 문제다. 하지만 지난 5월 교육과정 정상화 등을 내용으로 한 정부의 ‘적정 규모의 학교를 육성하겠다.’는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개정안에서 정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6학급 이상, 고등학교는 9학급 이상이 돼야 하고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 이상이 되도록 학급 최소규모를 규정했다.

문제는 학교의 최소 규모를 제시하는 이번 개정안 내용이 농·산·어촌지역에 있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에 나타난 수치만 보아도 통폐합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전국적으로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규모 학교는 3138곳(전체 27.7%)에 이른다. 더구나 통폐합 대상이 되는 학교의 86.3%(2708곳)는 읍·면지역과 도서벽지에 위치하고 있다. 전국 학교 10곳 가운데 3곳이 통폐합 대상이고 이들 가운데 8할 이상이 시골마을에 있다는 얘기다.

지역 교육계는 이에 반발, 작은 학교를 살리겠다며 통폐합으로 인한 통학거리 변화와 학생·학부모들의 피해정도, 지역사회 공동화 등에 대한 연구에 나서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도 교육정책은 다양성과 창의성, 지역의 특수성에 맞춰 실현가능한 대안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 행정가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도시에서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는데 오히려 작은 마을단위 학교를 살려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모두 옳은 얘기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학교가 사라지면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실핏줄 같은 우리들의 마을공동체가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끼고 있는 시골 학부모, 마을주민들은 학교 통폐합 쓰나미가 밀어닥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까지 황폐화될까 불안하다.

벌써 학교 통폐합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으로 작은 마을들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실향민 집단거주지인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주민들은 최근 ‘백사장에 피땀 흘려 일군 학교, 폐교가 웬 말이냐’며 모교 지키기 운동에 들어갔다. 북에 고향을 두고 60년 가까이 학교를 중심으로 자식들 키우는 보람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학교가 없어지면 공동체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농·산·어촌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의 고향 어른들은 말한다. 시골 마을 작은 학교는 주민들 문화공간이면서 생활의 터전이라고…, 그리고 작은 학교는 우리 모두의 꿈과 미래를 지켜주는 주춧돌 같은 것이라고.

bell21@seoul.co.kr

2012-08-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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