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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좋은세상] 대선주자들, 또 제왕이 되고 싶나

[강지원 좋은세상] 대선주자들, 또 제왕이 되고 싶나

입력 2011-01-27 00:00
업데이트 2011-01-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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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선주자들, 진짜 못됐다. 나라의 기본체계를 바로잡자는 개헌 문제를 두고 저마다 잔머리만 굴리고 있다. 지금 개헌추진 쪽은 여권 주류라 한다. 그들은 개헌을 대선 매니페스토로 공약해 놓고도 집권 초기에는 딴소리만 하다가 뒤늦게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여권의 비주류인 친박계나 야당들은 소극적이거나 반대입장이라 한다. 반대 쪽에서는 여권 주류가 개헌을 통해서 정국돌파를 꾀하고 결국 정권 연장을 하려는 것으로 본다(민주당 대표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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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대표
강지원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대표
이런 정치공학적 이유를 떠나 개헌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오히려 공감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국회의원 91.7%가 찬성한다는 조사도 공개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안갯속인가. 한마디로 저마다 정략적 저울질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 그렇게 쌍방 간에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개헌의 적용 시기를 다음 대선 때가 아니라 다음다음 대선 때부터 시행하기로 하면 된다. 그래도 못 하겠다고 할 것인가.

우리나라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다. 이 나라 모든 갈등의 핵심은 제왕에게서 비롯됐다. 출신지역, 이념, 세대 등에 따라 편가르기의 꼭짓점은 늘 제왕이었다. 모든 것이 청와대로 통했다. 1인 독점의 원맨쇼 정치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우리 국민들에게 또다시 제왕 같은 대통령을 맞아들이라 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개헌에 관한 나의 입장부터 밝힌다면 이렇다. 현행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시급히 개정되어야 하나, 여권 주류의 이원집정부제 분권에는 반대한다. 현행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데는 구차하게 토를 달지 말자. 현행 헌법하에서도 권력 분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이는 매우 어렵다는 역사적 경험을 존중하자. 그런 차원에서 분권형 권력구조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여권 주류 측의 분권안은 대통령을 국민 직선으로, 총리는 국회에서 뽑자는 것으로, 나는 이에 반대한다. 이는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한 듯한데, 이렇게 되면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다른 정당 소속이 될 가능성이 있고 권한 면에서 양자가 뒤바뀐 현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과 또 한 사람, 즉 부통령과 같은 지위를 갖는 실세 총리를 러닝메이트로 선출하고 그들 사이의 업무 분담을 헌법에 명시할 것을 제안한다. 대통령에게는 국가기본체계와 외치를 담당하게 하고, 총리에게는 내치를 전담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정당에서는 내부 경선 때부터 러닝메이트 경선을 하게 한다. 예컨대 지난번 한나라당 경선 때처럼 이명박·박근혜의 경쟁체제하에서 그중 1등을 한 사람이 대통령을, 2등을 한 사람이 총리를 맡는 식으로 해서는 곤란할 듯하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협력관계의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명박+○○○’ 대 ‘박근혜+○○○’의 러닝메이트로 경선하고, 그들 중 승자팀이 본선에 나가게 하는 방식이 좋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개헌내용은 추후 더 상세히 논의하기로 하더라도 각 정파는 지금 당장 개헌에 순수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한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대선주자들이나 친박계의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등 야당주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그토록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대는데, 그것은 결국 제왕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아무리 나는 다를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친다 해도 결국은 ‘반토막’ 대통령밖에 될 수 없는 길을 또다시 걷겠다는 것 아닌가.” 더 나아가서 “여러분은 이미 원맨쇼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해져서 원스타 중독증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그래서 그들에게 강조해서 말하고자 한다. “여러분이 나서십시오. 그래서 성숙한 헌법이 만들어지면 여러분은 스스로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이미 이 나라를 위해 더 큰일을 하신 것이 될 것입니다.”라고. 되풀이해서 묻는다. 여러분은 또 다른 제왕이 되고 싶으냐고. 그래서 실패의 제왕이 되고 싶으냐고.

변호사
2011-01-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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