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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일상의 소소한 행복/김주혁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일상의 소소한 행복/김주혁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입력 2014-12-24 23:56
업데이트 2014-12-25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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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김주혁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영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면서 76년을 함께한 노부부의 삶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천진난만하게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마당에서 낙엽을 쓸다가 서로에게 낙엽 세례를 퍼붓고, 눈싸움을 하며 눈사람을 만들고, 밤에 할머니가 무서워하며 집 밖 화장실에 가자 손 붙잡고 동행하고 그 앞에서 기다리며 노래를 불러 주는 할아버지….

이 영화를 보면서 도시에서 바쁘게 맞벌이 생활을 하다가 스포츠 댄스를 배우면서 낙향해 삶의 여유를 즐기는 중년의 지인 부부가 떠올랐다. 나 자신이 언제부터인가 끝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 하루하루를 분주하게만 살아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봤다.

섬마을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꿈을 품고 마침내 이뤄내 ‘동양의 파바로티’라 불리며 세계적인 성악가로 우뚝 선 테너 조용갑씨는 “줄곧 1등을 하다가 한 번 놓친 아이들 중에 간혹 자살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꼴찌하는 아이들은 자살하는 법이 없다”며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꿈을 추구하라고 말한다. 도전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고,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뤄진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받아쓰기 시험을 처음 치른 뒤 60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집에 오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내는 지혜롭게도 이걸 점수라고 받아 왔냐며 질책하는 대신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이거 아들 실력으로 푼 거야?”라고 물었고 아들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응!”이라고 답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성격차지수(GGI)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1위에서 올해 117위로 6계단 떨어졌다. 국회의원을 위시한 많은 분들이 국가 순위 하락에 주목해 난리가 난 듯 분개하며 여성가족부에 대책을 추궁했다. 알기 쉽게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는 지난해 63.5점에서 올해 64.03점으로 다소 올랐지만 여기에 주목하는 시선은 별로 없다. 우리가 절대평가가 아니라 남과 비교하는 상대평가에 너무나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순위는 떨어졌어도 성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과연 개탄할 일인가.

‘꼴찌를 위하여’(사람과 나무)라는 노래가 있다. 멜로디도, 가사도 마음에 든다. ‘지금도 달리고 있지/하지만 꼴찌인 것을/그래도 내가 가는 이 길은/가야 되겠지/일등을 하는 것보다/꼴찌가 더욱 힘들다/바쁘게 달려가는 친구들아/손잡고 같이 가보자/보고픈 책들을 실컷 보고/밤하늘의 별님도 보고/이 산 저 들판 거닐면서/내 꿈도 지키고 싶다/어설픈 일등보다도/자랑스런 꼴찌가 좋다/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꼴찌도 괜찮을 거야’

탈 벤샤하르는 ‘하버드대 행복학 강의 해피어’에서 ‘나는 행복한가?’라고 묻지 말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나?’라고 물으라고 말한다. 행복 추구는 지속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란다. 또 ‘지금 행복해질 것인가, 미래에 행복해질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지금과 미래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말한다. 나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되찾아야겠다.

happyhome@seoul.co.kr
2014-12-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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