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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銀 15년만의 고졸 행원 부활 신선하다

[사설] 기업銀 15년만의 고졸 행원 부활 신선하다

입력 2011-06-13 00:00
업데이트 2011-06-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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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올해 상반기 신입 창구 텔러 모집을 통해 특성화고 학생 20명을 채용했다. 서울여상과 천안여상 등 전국 20개 특성화고에서 한명씩 선발했다. 이번에 채용된 20명은 2년 계약직이지만, 근무성적에 따라 계약기간이 끝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시험을 거쳐 정규직이 될 수 있다. 기업은행이 고졸 출신을 채용한 것은 지난 1996년 이후 15년 만이다. 대부분의 은행들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고졸 채용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전반적으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지만, 경제가 회복된 이후에는 대학 출신과 전문대 출신이 넘쳐 나다 보니 고졸 출신이 상대적으로 학력차별을 받았다.

기업은행은 하반기에도 특성화고 학생을 채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의 ‘열린 채용’은 다른 은행을 비롯해 인기 있고 근무 여건이 좋은 기업으로 더 확산돼야 한다. 대학진학률은 80% 안팎으로 세계 1, 2위 수준이다. 인문계고 출신 10명 중 8명이나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기록은 아니다. 나라마다 상황은 물론 다르지만 대표적인 선진국인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40%를 밑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다 보니 대졸 출신들이 졸업 후 제대로 취업을 못 하는 게 당연할 정도가 됐다. 학력 인플레이션 때문에 요즘 대졸 출신은 30년 전의 고졸 출신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은 쳐다보지도 않는 대졸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은 물론 가족과 나라의 불행이기도 하다.

무작정 대학에 진학하려는 것을 줄이려면 좋은 기업들이 고졸 출신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은행의 고졸 행원 부활은 신선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표적인 기업들이 마이스터고 출신들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바람직하다. 학벌·학력 중심의 사회를 타파하려면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고졸 출신들이 제대로 대접받으면 무턱대고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풍토도 달라질 수 있다.
2011-06-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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