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사설] 美 젊은이들의 월街시위 강 건너 불 아니다

[사설] 美 젊은이들의 월街시위 강 건너 불 아니다

입력 2011-10-04 00:00
업데이트 2011-10-04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국의 젊은이들이 뉴욕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를 3주째 계속하고 있다. 부패한 금융자본주의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다. 이 시위는 지지자가 갈수록 늘고 있고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로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자본주의의 꽃인 월가에서 벌어진 이 같은 ‘반(反)월가’ 시위는 자본주의의 아킬레스건인 양극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심상찮은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청년실업자들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아랍의 봄(중동에서 발생한 반정부 민주화시위)에 빗대 ‘미국의 가을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실제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현재 24세 이하 대졸자의 실업률(12.5%)은 전체 평균(9.1%)보다 높다. 고학력·저임금 청년세대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영국에서 발생한 폭동도 청년 실업률과 긴축재정에 따른 생활고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그리스, 스페인, 이스라엘, 칠레 등 지구촌 곳곳의 시위와 폭동도 미래의 희망을 잃어 버린 젊은이들의 울분이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상황은 다른 나라와 다를 게 없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청년실업률(15~29세)은 6.3%로 1년 전(7.0%)보다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실업률 3%대를 2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공부를 제쳐두고 방학 때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게 우리 대학생들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에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팽배하고, 부패한 금융시스템이 답습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되는 데 분노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과 대주주들의 일탈, 은행권의 전당포식 영업을 통한 잇속챙기기 등도 분노를 증폭시키는 일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월가의 시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공생 발전의 틀 속에서 사회적 책무를 분담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1-10-04 31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