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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참에 공연좌석에 낀 ‘거품’을 걷어내자

[사설] 이참에 공연좌석에 낀 ‘거품’을 걷어내자

입력 2012-05-17 00:00
업데이트 201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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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파격이 용인되고 예외가 가능할 법한 문화·예술 쪽에서도 자본주의 논리는 예외 없이 적용된다. 경계하고 타기해야 할 싸구려 자본의 논리가 기승을 부린다. 문화를 내세우며 돈, 돈, 돈타령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정부의 문화 혹은 예술기관도 ‘책임운영’의 멍에를 떠안은 지 오래다. 그러나 아무리 탁월하게 문화를 경영해 ‘이문’을 남긴들 ‘배부른 돼지’ 이상은 되기 어렵다. 늘어나는 우리 영혼의 주름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것이 문화의 숙명이요 속성이다. 그럼에도 이를 망각한 채 우리는 빈 껍데기 사이비 문화의 길로 내닫고 있다. 문화의 이름으로 문화를 죽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엊그제 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이 주목할 만한 조치를 내놓았다. 7월부터 모든 경연장과 전시장의 대관료를 5%가량 인하하고 전 공연장에 표준좌석등급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P석(프레지던트석) 같은 초고가 좌석을 허용하지 않고 각 등급당 좌석 수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그의 지적대로 예술의전당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적절하다. 그동안 터무니없는 공연좌석 등급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감안하면 때늦은 감마저 있다. 하지만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이번 조치로 P석 등 ‘옥상옥’ 등급 좌석의 폐해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기존 좌석 등급의 가격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인 문화 향수 소외층을 더욱 낭떠러지로 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연 좌석의 거품은 걷어내야 한다. 티켓 가격구조의 합리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좌석 등급 제한이 민간기획사 등이 책정하는 공연티켓 가격의 적정화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돈벌이가 된다고 해서 반문화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요컨대 문화의 본질에 충실하는 것 외에 답이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2-05-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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