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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본질 벗어난 여성대통령 공방 거둬라

[사설] 본질 벗어난 여성대통령 공방 거둬라

입력 2012-11-03 00:00
업데이트 2012-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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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야권이 연일 ‘여성대통령’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선후보 띄우기 차원에서 여성대통령을 부각하고 나서자 야권이 박 후보를 진정한 여성대통령 후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설전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박 후보가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성 권익 향상과 양성 평등 구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시비를 가릴 여지가 있다고 본다. 야권은 박 후보가 15년의 의정생활에서 여성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적이 없고, 여성문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내보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복지 관련 법안을 제출해야 복지 대통령이 되고, 안보 관련 법안을 낸 적이 있어야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 그 논거가 편협하기는 하나 문제 제기를 할 만한 소지는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박 후보는 출산·보육 및 교육, 장바구니 물가를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다.”고 한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의 발언은 당사자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몰인식을 의심케 할 만한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아이를 낳고 기르지 않으면 여성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인지, 그가 생각하는 여성은 아이 낳고 밥이나 짓는 존재인지, 제 아무리 선거판이라지만 공당의 대변인이 그런 인권유린적인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부적절한 발언을 거두고 새누리당이 아니라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박 후보의 여성성을 득표 수단으로 삼는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 또한 온당치 않다.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 상징적 의미는 실로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성’을 앞세운 당선이 아니라, 남녀 구분 없이 국정 전반에 대한 리더십을 당당히 겨뤄 승리했을 때만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지난 시절의 인식이 청산해야 할 과제이듯 여성이기 때문에 돼야 한다는 불균형의 성(性)인지적 사고 역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박 후보의 ‘여성성’을 놓고 여야 여성의원들이 편을 갈라 기자회견을 갖고 공박하는 모습은 부끄럽기까지 하다. 정파의 이해 앞에서 ‘여성’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재단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빈약한 성의식 수준을 드러낼 뿐이다. 여야는 성이 아니라 국정 능력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12-11-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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