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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 신뢰 높이고 권위의식 깬 ‘찾아가는 법정’

[사설] 법원 신뢰 높이고 권위의식 깬 ‘찾아가는 법정’

입력 2012-11-28 00:00
업데이트 2012-11-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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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이 그제 멀리 전남 고흥까지 가서 재판을 진행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8부의 홍기태 부장판사와 김무신·기우종 판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판사들은 고흥 어민들이 고흥군과 정부를 상대로 낸 ‘고흥방조제 담수 배출 어업 피해 사건’ 항소심의 첫 변론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서울에서 380㎞나 떨어져 생업으로 바쁜 소송 당사자들을 배려했다는 게 법원 측의 설명이다. 덕분에 어민들은 가까운 고흥군법원에서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었고, 재판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법원이 권위를 내던지고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고법판사들의 지방출장 재판은 사법부 출범 6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재판은 김진권 서울고법원장의 착상으로 알려졌다. ‘찾아가는 재판’이 법원조직법에는 규정돼 있으나, 판사들의 평소 업무량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홍 부장판사 등은 재판 하루 전에 도착해 현장검증은 물론,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60대 해녀의 생생한 증언도 들었다고 한다. 70대의 한 어민은 “시골 사람이다 보니 법정에 서면 주눅이 들어 말도 못하는데 판사님들이 함께 다니며 우리 얘기를 들어주니 마음이 놓이고 신뢰가 간다.”고 말하는 등 현지 주민들의 칭송이 자자했다는 소식이다.

판사들은 사려 깊은 조치 하나가 예상치 못한 호응으로 되돌아 왔음을 느꼈을 터이다. 사실 고흥에서 서울까지 와서 재판에 참석하려면 하루 생업을 접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까닭에 법원과 판사의 이런 사소한 배려가 쌓이고 쌓여 사법부를 존경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일을 기화로 우리도 미국 연방항소법원처럼 ‘찾아가는 법정’을 활성화하길 바란다. 사법개혁이 뭐 그리 거창한 건가. 자세를 낮추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게 바로 진정한 개혁일 것이다.

2012-1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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