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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여·야, 첫술에 만족 못해도 대화 이어가야

[사설] 청·여·야, 첫술에 만족 못해도 대화 이어가야

입력 2013-09-17 00:00
업데이트 201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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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만나 얽힌 정국을 풀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다 이른바 채동욱 사태까지 얹어진, 말 그대로 눈 위에 서리까지 내려앉은 설상가상의 엄중한 정국을 헤쳐나갈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지켜봤듯 회동 결과는 적이 실망스러웠다. 여야 간 인식 차가 너무나 컸다. 회담 이후가 더 걱정이라던 정치권 안팎의 관측들이 현실이 되는 듯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국정원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 김 대표는 그동안 주장해 온 대로 박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개혁안도 문서로 전달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에 있어서 사법부의 재판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춰 책임을 묻겠다는 말로 민주당의 요구를 갈음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국정원 스스로 혁신적인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먼저 이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양측의 현격한 거리를 확인한 셈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과 사퇴 외압 의혹에 있어서도 두 사람은 인식 차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로서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이 규명돼야 하며, 이를 위해 법무부 차원에서 감찰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김 대표는 청와대가 채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부당한 사찰과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크다며 황교안 법무장관 문책 등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황 대표가 채 총장의 사적 의혹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가세하면서 이 문제 또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 시름을 속 시원히 풀어줄 합의가 없었다 해도 실망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청와대와 여야 모두 좀 더 냉정한 자세로 한발 물러서서 정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여부는 더 이상 정치적 공방으로 가릴 사안이 아닌 만큼 이제라도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본다. 대신 여야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당장 국회를 정상화해 국정원 개혁 방안 모색에 진력하는 게 온당하다. 채 총장 논란 또한 혼외 아들 의혹과 퇴진 외압 여부 모두 철저히 진상을 가리되 정치적 이해부터 들이대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 스스로 자중하는 것이 옳다.

국민들은 큰 틀의 정치를 바라고 있다.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면서 세계 경제가 한 차례 몸살을 앓을 조짐이다. 그 여파가 우리 경제에 미치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하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기업 규제 완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둘러 민생의 숨통을 터야 한다. 한 번의 3자 회동으로 쟁점 현안을 일거에 타결할 수 없다면 이제라도 국회부터 정상화해 하나씩 풀어나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2013-09-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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