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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 후보자 스스로 총리감인지 되돌아보라

[사설] 文 후보자 스스로 총리감인지 되돌아보라

입력 2014-06-13 00:00
업데이트 2014-06-13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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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망언성 발언들이 항간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한 게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은 아무리 교회 안에서 한 종교적 발언이라 하더라도 국민 정서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망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 지는 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다”고도 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서울대 초빙교수로서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한 강의의 일부다. 일본 극우파의 망언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일반 국민도 그 의미를 다 알 만한 ‘책임총리’에 대해 “책임총리 그런 것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망언 제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인물이 과연 총리가 될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음에도 사과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평소의 소신을 그대로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소신은 일본 역사학자들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체계화한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정체성론’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식민사관의 대변자 같다. 국민감정으로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 ‘세월호 사고도 잘못된 현실에 경종을 울리려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종교적 명분으로 포장을 해도 그릇된 의식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이런 인식으로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생각만 해도 숨이 차오른다. ‘언론인 시절에 특정 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며 전체 강연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발언 전체를 담은 동영상을 보면 보도된 내용보다 더 심각하다.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물러난 안대희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의뢰인들에게서 받은 돈이며 사건 수임의 배경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면 받아들여졌을까.

책임총리에 대한 언급도 황당무계하기는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보장 등을 언급하며 ‘책임총리’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헌법은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권을 갖는다고 총리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끊임없이 문제가 돼 왔을 뿐 아니라 사회부총리를 둬 ‘권한의 분산’을 계획하고 있는 마당이다. 헌법이 보장한 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의전총리’, ‘대독 총리’에 머물며 국록을 축냈던 관행을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도 문 후보자는 처음 듣는다는 식으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은 또다시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지명되자마자 터져 나올 정도로 문 후보자의 문제적 발언은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알고도 통과시켰다면 청와대의 인식 수준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고 몰랐다면 허술한 검증이 되풀이된 셈이다. 또 여론의 향배에 귀를 기울일 텐가. 새누리당 초선의원을 비롯해 이미 여권 안에서도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이 진정 총리감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2014-06-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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