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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너소사이어티’가 보여준 기부 문화의 희망

[사설] ‘아너소사이어티’가 보여준 기부 문화의 희망

입력 2015-11-22 18:10
업데이트 2015-11-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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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의 누적 기부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2007년 12월 아너소사이어티가 출범한 지 8년 만이다. 1억원 이상을 한 번에 기부하거나 5년 안에 완납하기로 약정하면 가입할 수 있는데 벌써 회원 930명에 이들의 누적 기부액이 1013억원에 이른다니 놀랍기만 하다. 1억원이 적은 돈인가. 이미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라고 선뜻 내놓기가 쉽지 않은 거액이다. 첫 출발 당시 이 같은 거액 기부자 모임이 기부에 인색한 우리 사회에서 과연 정착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너소사이어티는 시나브로 우리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직업별로는 기업인이 절반 가까운 47%에 이르지만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자, 법인이나 단체 임원, 공무원, 스포츠·방송·연예인 등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인사들이 동참하고 있다. 모임을 출범시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13%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가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한다. 기부를 통해 이웃을 돕고, 나눔을 실천하면서 더 큰 기쁨을 얻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최근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가 차츰 확산돼 가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나 나눔을 ‘다른 사람의 일’로 여기곤 한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배움에 목말라하는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써 달라며 아낌없이 기부하는 노부부의 결단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기부 행위에는 인색하기만 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기부나 나눔에 대한 인식이다. 함께 나눔으로써 공동체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런 점에서도 아너소사이어티의 성공적 정착은 우리 기부 문화의 미래에 큰 희망을 안겨 준다. 이들의 기부 행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 확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 기부가들과 이들이 주도하는 기부 문화의 확산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기부와 나눔은 일종의 ‘행복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 돈도 좋고, 재능도 상관없다. 우리 사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함께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믿음과 희망이 다져지길 바란다.
2015-11-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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