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빵 셔틀’, ‘토털 수리’… 의사 리베이트 이 정돈가

[사설] ‘빵 셔틀’, ‘토털 수리’… 의사 리베이트 이 정돈가

입력 2016-06-08 23:12
업데이트 2016-06-0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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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의 불법 리베이트는 의료계가 풀어야 할 해묵은 난제다.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기는커녕 의사들이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갈수록 뻔뻔하고 노골적인 갑질을 일삼고 있어 문제다. 그제 경찰에 적발된 의사들의 갑질 횡포는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상식 밖 수준이다.

의사가 빵이 먹고 싶다고 하면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의사의 집이나 병원으로 빵을 배달해 주는 속칭 ‘빵 셔틀’도 감수했다. 의사의 배우자나 자녀들을 차량으로 모셔 나르는 비위 맞추기도 흔했다. 병원이나 의사들의 집에 고장 난 수도꼭지나 형광등을 고쳐 주고 심지어 어항 관리까지 해 주는 모양이다. 제약사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관행이 ‘토털 수리’라는 은어로 통할 정도라니 딱하다.

특정 의약품을 채택하거나 처방해 준 대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제약사 임직원과 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한 제약사가 최근 5년간 1000여개 병원의 관계자들에게 뿌린 뒷돈은 45억원대로 역대 최대급이다. 단순한 뒷돈만이 아니라 리베이트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지능화하고 있어 심각성은 더하다. 유령회사를 만들어 의사나 그 가족들에게 현금이나 법인카드를 제공하거나 의약품 도매업체를 직영으로 관리하며 불법 이득을 챙기는 병원도 많다.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그동안 없진 않았다. 2010년부터는 리베이트를 준 사람만이 아니라 받은 사람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를 시행했다. 재작년에는 투아웃제까지 도입했지만 백약이 무효한 실정이다. 물밑 커넥션이 얼마나 공고한지 리베이트로 걸려 병원 문을 닫았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최고의 약이 아니라 뒷거래로 선택된 약이 처방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의약품 시장의 공정한 경쟁 풍토가 무너지는 데다 막대한 리베이트 비용은 결국 환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제약회사들이 엉뚱한 데 정신을 팔아서는 획기적인 신약 개발의 성과는 기대할 수가 없다. 요란하게 단속만 할 일이 아니다. 처벌 규정에 걸려 낭패를 보는 의사나 의료기관들의 일벌백계 사례가 이어져야 한다. 몇 달 전 조사에서는 국내 공공의료기관 관계자 5명 중 1명이 리베이트 거래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법 따로, 단속 따로’의 물렁물렁한 처벌 의지에도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2016-06-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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