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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보 역량 약화 없는 국정원 개혁이어야

[사설] 정보 역량 약화 없는 국정원 개혁이어야

입력 2017-06-02 22:38
업데이트 2017-06-0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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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정부 부처와 기관의 정보원 출입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은 국내 정치(개입)만은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첫 번째 조치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와의 결별로 개혁의 시동을 건 것은 의미가 크다. 차제에 각종 정보를 틀어쥐고 국내 정치에 개입해 온 그릇된 관행은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군사 독재 시절 국정원은 공작정치의 산실이나 다름없었다. 불법도 마다하지 않고 수집한 정보가 국가 안위가 아닌 독재자의 정권 유지를 위해 정적 제거나 탄압 등의 도구로 악용됐다. 그 후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대 정권 대부분이 국정원을 정권 비호를 위한 기관으로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부끄러운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의 ‘탈정치’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수립·집행 과정 등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 등 정보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여러 이해관계자나 정부 부처 간의 갈등 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종합적인 정보가 없다면 잘못된 정책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무슨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정보 수집 활동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4년 전 미국 정보기관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우방국 35개국 정상의 휴대전화까지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 정도로 세계 각국은 치열한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보가 안보이자 외교이자 경제인 세상이다. 정보의 속성상 어디까지가 국내 정치이고, 안보인지, 경제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시원찮아 보이는 작은 정보들이 연결돼 하나의 고급 정보가 될 수 있다.

특히 안보 분야가 그렇다. 과거 진보 정권에서 국정원의 위상 약화가 정보력 저하로 이어졌다. 햇볕정책으로 북한이 포용의 대상이 되면서 대공정보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대화 기조로 바뀔 경우 정보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에 대한 인적정보(휴민트)를 우리나라에 의존해 왔던 미군이 최근 인적정보를 전담하는 정보부대를 부활해 대북정보 역량 강화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금 북한 핵·미사일, 사드 배치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정원이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으로 역할을 다해야 하는 시기다. 차질 없이 국정원의 개혁을 추진해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보 역량이 약화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2017-06-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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