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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위기 속 FTA 폐기하겠다는 트럼프

[사설] 북핵 위기 속 FTA 폐기하겠다는 트럼프

입력 2017-09-03 22:28
업데이트 2017-09-0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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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내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의 일부 개정이나 수정, 재협상을 넘어 협정 자체를 파기하고자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확인된 것이다. 실행에 옮긴다면 두 나라 사이에 심각한 무역 분쟁이 촉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이 빚은 위기는 그 누구도 종착지를 짐작하기 어렵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은 어제 6차 핵실험을 감행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 검토 주장은 어느 때보다 공고해야 할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이라 부르며 취임 뒤 재협상이나 폐기를 공언했다. 결국 그는 지난 6월 30일 사실상 재협상을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었지만 향후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 뒤 불과 열흘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협정 폐기’ 주장의 기저(基底)에는 한국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노림수가 존재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국의 이익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상대국의 생존이 걸린 시기에 불쑥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구상을 처음 보도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역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과 동맹인 한국 양국이 북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 경제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려하는 건 미국의 언론뿐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바른 상황 인식이라고 본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양대 과제는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의 해법 마련과 공약한 대로 무역 역조의 해소를 바탕으로 한 미국중심주의 회복일 것이다. 하지만 두 사안 모두 한국·중국·일본과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있다. 난도가 매우 높은 고차방정식이다. 그럼에도 국내 여론을 우선순위에 두고 문제를 풀어 가려 한다면 해답 도출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에게 유권자의 지지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럴수록 트럼프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7-09-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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