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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 아세안과 한국, 50년 내다봐야 한다/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글로벌 시대] 아세안과 한국, 50년 내다봐야 한다/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입력 2016-02-28 18:02
업데이트 2016-02-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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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지난 2월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세계 석학들이 모여 아세안의 지난 50년을 되짚어 보고 향후 50년을 전망해 보는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공동체의 출범을 공식 선언한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 바로 그 장소에서 50년 후의 국제질서는 어떠한 모습이 변하고, 아세안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논의한 것이다. 참으로 놀라웠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혼잡하기만 한 국내 정국,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몇 개월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우리의 상황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미국·중국의 G2 체제가 지속될 것인지, 인도·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강국들이 부상할 것인지, 기후변화·금융문제 등 초국가적인 이슈의 등장으로 국가 이외에 지역기구·시민그룹·다국적기업 등 비국가 행위자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등도 깊이 있게 따졌다. 그러면서 향후 새로운 국제질서는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해 나갈 것이고 더욱 복잡다기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다면 인구 6억 3000만명, 국민총생산 2조 6000억 달러의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킨 아세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세안이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과 경제통합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면 현재 세계 7위의 국민총생산이 2050년에는 세계 4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아세안의 발전에는 많은 내재적·대외적 과제와 도전을 안고 있다.

첫째, 공동체로서의 아세안 통합화 과정이 개별 회원국의 이해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아세안이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비전을 심화시켜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개별 국가의 이해 추구로 통합 과정이 발목을 잡힐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둘째, 지역 강국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아세안이 어떻게 통일된 입장을 갖고 아세안의 중심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다.

최근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재균형 정책 속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지리멸렬한다면 강국들의 논리에 휘둘리게 될 것이며, 반대로 아세안이 통합된 하나의 목소리로 결속한다면 강국들의 경쟁 관계를 오히려 아세안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아세안 여러 국가가 관련돼 있는 남중국해 이슈는 아세안의 향후 역할과 관련해 중차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아세안이 이 문제를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다면 이 지역의 정치·안보 체제를 공고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간 대화 채널은 완전히 단절됐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 특히 수백 개의 종족과 언어 등 이질성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어 가는 아세안에서 배울 점이 많다. 아세안이 1년 동안 개최하는 회의만 1100개가 넘는다 한다. 그들은 수시로 모여 서로 다른 입장을 협의하면서 비록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합의를 추구해 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라운드 테이블에서 향후 부상할 국가로 ‘통일 한국’이 거론됐다. 그런데 우리는 50년은 아니더라도 20년, 10년 후의 우리 모습, 이 지역에서의 우리 역할과 위상에 대해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 보았는가.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럽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한반도의 장래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하는 바람이다.
2016-02-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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