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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뜨거웠던 10년, 새로운 10년 맞는 ‘슈퍼이어’/홍윤희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

[시론] 뜨거웠던 10년, 새로운 10년 맞는 ‘슈퍼이어’/홍윤희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

입력 2021-02-15 20:18
업데이트 2021-02-16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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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
홍윤희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
지난해 지구는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뜨거웠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2016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더욱 절실히 와닿는다. 산업화 이후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던 시기 대부분이 바로 최근 10년 내이기 때문이다. 뜨거워진 지구는 기록적인 홍수와 가뭄, 산불 등을 일으키며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잘 알려졌듯 온실가스다. 지난해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중립’ 선언을 앞다투어 발표했다. 온실가스의 주요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한국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해결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국제사회는 2015년 산업화 이전 대비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도록 노력하는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유엔기후과학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인류 생존까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PCC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절반가량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연말 한국 정부가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이에 비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이미 1도 이상 기온이 오른 상황에서 더욱 강화된 목표가 필요하다. 그나마 현 정부가 임기 내 강화된 2030년 감축 목표를 수립하겠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국회도 할 일이 많다. 우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기틀이 마련되면 기업들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1.5도를 목표로 과학 기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1200여개 기업이 과학 기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는 SBTi(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에 참여하고 있다.

벌써 400여개가 넘는 기업이 1.5도 목표에 맞춰 전략을 수립했다. 한국에서는 DGB금융그룹, SK텔레콤, SK증권, 신한금융그룹 등 총 4개 기업이 SBTi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목표를 수립한 곳은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미 탄소국경세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 탄소배출 감축을 거래 조건으로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금융시장도 기후 리스크를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탄소 배출 정도에 따라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도 발 빠르게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적 위기도 그만큼 크다. 지난해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의 미래’(Global Future)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 파괴 탓에 한국이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은 2050년까지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 8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피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국가 중 일곱 번째로 높았다. 해수면 상승과 탄소 저장 감소가 주요 요인이었다.

기후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천천히 변화를 진행하다 어느 순간이 되면 되돌릴 수 없는 한계 상태가 된다. 그제야 대응에 나서면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자연을 되돌리려면 막대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2021년은 파리협정에 따른 신(新)기후체제가 본격 시행되는 첫해로 ‘슈퍼이어’(Super Year)로 여겨진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연기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려 파리협정 세부 이행 규칙의 합의안이 나올 예정이다. 또한 기후생물다양성협약, 식량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자연이 부각될 것이다.

흔히들 하나뿐인 지구라고 말한다. 지구는 경제를 위한 지구, 사회를 위한 지구, 생태계를 위한 지구로 나누어져 있지 않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며 식량 위기가 벌어진다. 이상 기후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또다시 불안정한 기후로 이어진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인간이 받게 된다. 올해는 가장 뜨거웠던 지난 10년과는 다른 새로운 10년을 만드는 ‘슈퍼이어’가 돼야 한다.
2021-02-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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