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줄다리기/이도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줄다리기/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10-11 00:00
업데이트 2011-10-11 00: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아침 출근길마다 동네 중학교를 지나간다.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가을 운동회. 운동장 한가운데서는 반 대항 줄다리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봤다. 옛날 생각이 저절로 났다. 다른 반에 지지 않으려고 땅바닥에 신발을 깊숙이 박고 있는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우리 반의 힘이 더 세서 줄이 끌려올 때의 희열감, 그리고 우리 반이 더 약해서 줄에 끌려갈 때의 안타까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평소에는 점잖던 담임 선생님이 눈을 부릅뜨고 온몸으로 우리를 응원하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오늘 본 줄다리기는 많이 달랐다. 학생들은 줄을 잡아당기지만 승부욕은 별로 없어 보였다. 시키니까 하는 것 같았다. 비싼 운동화가 흙에 더러워질까 연신 털어내는 학생도 보였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서서 팔만 왔다갔다했다. 열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양쪽이 모두 그러니 오히려 승부가 나지 않았다. 힘 빠진 운동회, 맥 빠진 학생과 선생님들. 우리 교육의 현실이 담긴 것은 아닐까.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1-10-11 30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 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