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미안합니다/이도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미안합니다/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2-06-21 00:00
업데이트 2012-06-21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오늘따라 유난히 몸이 물을 잘 타는 것 같았다. 내친김에 평소보다 10분이나 수영을 더 했다.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출근족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 한산한 편이었다. 거울을 보며 단장을 하는데, 뒤에 60대로 보이는 노인 한 분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뭔가 말하려 하다 마는 듯했다. 별 생각 없이 내 할 일을 계속했다.

잠시 후에 또 한 사람이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콧수염을 기른 그 사람은 50대로 보였다. 그러자 노인은 그 사람에게 로션을 내밀며 등에 발라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그 사람은 흔쾌히 응했다. 아마도 노인은 조금 전 나에게 로션을 발라달라고 말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무표정한 얼굴, 사무적인 몸짓에 거리감을 느낀 것일까. 출근 시간을 다투는 듯 서두르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젊어 보이는 40대보다는 말 걸기 편한 50대 남자를 기다린 것이었을까. 이유가 무엇이었든간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2-06-21 3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