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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잘못된 대물림/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잘못된 대물림/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5-12-23 18:12
업데이트 2015-12-2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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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취하면 선친을 원망하는 고향 친구가 있다. 젊었을 적 어렵게 살다가 열심히 노력해 지금은 재산을 꽤 일궜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이 친구의 원망은 아버지가 자신을 중학교에 보내 주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당시 자신에게 해 주던 말이 가슴에 못 박혀 있는 듯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막일을 하던 부친은 술만 마시면 그를 앉혀 놓고 ‘엉뚱한’ 교육을 했다. 노력보다는 요령으로 사는 법을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이를테면 공사판에서 돌짐을 질 경우 한번 옮길 때마다 손목에 도장을 받으면 잉크가 마르기 전 다른 손에 묻혀 다시 손목에 찍어 2회치의 돈을 챙긴다는 식의 얘기였다. 친구는 어린 마음에 그런 속임수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젊은 시절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최근 11살 여자 어린이가 친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학대를 받다가 탈출해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아이의 친부도 어릴 적 심한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가치의 대물림을 지적한다. 결국 내가 세상을 보는 눈, 내 삶의 방식도 온전히 나만의 것은 아닌 듯싶다. 새삼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5-12-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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