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어머니의 무릎/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머니의 무릎/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02-12 18:02
업데이트 2016-02-12 18: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가끔 추억에 잠길 때가 있다. 옛 생각이라는 게, 한번 끄집어내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며칠 전 집안을 정리하던 중 오래된 램프를 발견했을 때도 그랬다. 향초를 꽂아 쓰도록 만든 철제 램프다. 어릴 적 집에 전기가 없던 시절 쓰던 남포등과 비슷해선지 당시의 정경이 새록새록 떠오른 것이다.

어머니는 주무시기 전 자주 남포등 아래 앉아 바느질을 하셨다. 해어진 내복이나 구멍 난 양말을 주로 꿰매셨다. 낮엔 들일에 바빠 밤이 되어서야 시간을 내신 것 같다. 어머니의 무릎은 막내인 내 차지였다. 그땐 방안 외풍이 참 찼다. 솜이불을 턱밑까지 올리고 어머니의 무릎을 반쯤 벤 채 한 땀 한 땀 헝겊을 깁는 손놀림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곤 10분도 안 돼 곯아떨어졌다. 쉰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그 순간만큼 포근했던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지난 주말 구순을 앞둔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신 뒤 시골집에 혼자 계신다. 다리를 제대로 못 쓰시는 아버지를 돌보시다가 어머니마저 무릎이 상한 것 같다. 죄송한 마음에 무릎을 너무 세게 주물렀는지, 어머니가 앓는 소리를 내신다. 아름다워야 할 추억이 이럴 땐 시리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2-13 23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