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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무지렁이/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무지렁이/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02-21 18:06
업데이트 2016-02-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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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물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무지렁이라고 하는데 남의 얘기가 아니다. 아파트 현관문에 번호키를 달아놓은 직후, 비밀번호가 가물가물해 이러저리 누르고 있으니 뒤에서 기다리던 위층의 젊은 아기 엄마가 “제가 한번 해볼게요” 하고는 나선다. 문은 금방 열렸고 엄마와 아들은 빙긋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한다. 꼼짝없이 번호키 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중년의 무지렁이로 비친 것이다. 실제로 번호키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으니 무지렁이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것도 할 줄 모르느냐?”고 들이대지 않은 배려는 고마운 것이었다.

며칠 전에는 치과에서도 그랬다. 젊은 간호조무사는 다짜고짜 “아버님!” 하고 부르더니만 “스케일링 처음 하시는 거지요?”한다. 속으로는 “이 나이에 스케일링 처음 하겠느냐?” 하고 외쳤지만 참았다. ‘아버님’도 그렇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동네 아저씨를 부르는 용도다. 아줌마들이 왜 ‘아줌마’라고 부르면 불편해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작은 반성도 있었다. ‘그래, 내가 잘났다고 떠들어 봐야 소용 있나. 그대들의 눈에 보이는 모습이 내 참모습이지’ 하는 것이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2-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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