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발자국/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발자국/이경형 주필

이경형 기자
입력 2018-03-09 20:50
업데이트 2018-03-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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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이 살짝 내린 이른 아침, 둑 아래 강변길을 걷는다. 길바닥 위로 1~2㎝가량 눈이 쌓였다. 몇이서 나란히 걸었다. 강변의 얼음은 많이 녹아 있었다. 청둥오리들은 떼 지어 물살을 가르고 왜가리는 강가 돌무더기에 자리 잡아 아침 땟거리를 찾는지 물속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한 주 만에 만난 이웃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40여 분을 걸었다. 반환점인 두 번째 나무다리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앞만 바라보고 올 때는 생각지도 않던 내 발자국을 발견했다.

눈 위에 선명하게 찍힌 나의 발자국들이었다. ‘팔자’(八字) 걸음에 수시로 부츠 뒤축을 끌면서 걸었다. ‘갈지(之)자’ 행보도 많았다.

문득 살아온 삶의 궤적을 떠올렸다. 지나온 삶을 지금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보듯이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앞으로 걸을 때는 발자국이야 어찌 되건 관심이 없다. 비뚤비뚤한 걸음걸이인 줄도 모른다. 인생은 걸어온 길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물릴 수 없다. 그래서 옛 선현은 “하루에 몸가짐을 세 번씩 살펴보라”(一日三省)고 했던가.
2018-03-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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