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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비우는 아름다움/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비우는 아름다움/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1-07-07 17:16
업데이트 2021-07-0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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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사 논설실 10층에서 주변을 내려다본다. ‘서울시가 잘한 것은 저 아래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가로막고 있었던 남대문세무서 건물을 허문 거지’ 하고 혼잣말로 칭찬한다. 세무서가 사라진 직후 세종대로에서 온전하게 처음 바라본 성당은 놀랄 만큼 멋졌다.

이 성당이 자랑스러운 사람도, 자랑스럽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자리는 조선 태조가 부인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고자 세웠던 흥천사의 일부였을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 신덕왕후 정릉과 흥천사의 옛터는 다시 덕수궁의 새로운 터전이 됐다. 한말 영국대사관과 영국 국교인 성공회 교당이 이 자리를 차지한 과정은 흔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성공회 성당이 서울과 한국 역사를 이루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세무서가 떠난 자리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반지하로 지은 것도 성당의 아름다운 전모를 드러내게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도 키 작은 전시관 역시 성당을 조금은 가리고 있으니 아쉬움도 없지 않다.

오늘 보니 전시관 위에 새로운 설치 조각이 세워져 있다. 한때는 첨성대 모양의 조각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울리는 자리에 있었으면 찬사를 받았을 작품들이 안타깝다.

서동철 논설위원 sol@seoul.co.kr
2021-07-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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