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구글이 떠민 추억여행/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구글이 떠민 추억여행/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21-09-02 20:34
업데이트 2021-09-03 02: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휴대전화의 알림음이 들려 확인해 보니 구글에서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다. “3년 전 오늘로 추억여행을 떠나 보세요.” 클릭해 보니 꼭 3년 전인 2018년 9월 2일 촬영한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펼쳐졌다. 구글 포토라이브러리가 초대한 ‘추억여행’이다. 사진 정보 속, 장소며 시간이며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일요일 오전 8시 38분, 한적한 시골길 풍경 속에서 낯익은 인물이 환하게 웃고 있다. 쪽빛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한없이 높았고, 사진 속 갈대의 흔들림으로 보아 비단 스카프가 맨살에 감기듯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을 것이다. 그날 새벽 길을 나서던 상황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따금 추억을 소환하려고 백과사전만큼이나 두꺼운 사진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깨벗은 유년 시절부터 까까머리 중고등학생 시기를 거쳐 한 가정을 일군 뒤 모두 함께 한 가족여행까지 일생의 4분의3 정도가 담겨 있는 사진첩은 딱 거기서 멈춰 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은 10여년 전부터 ‘인화된 추억’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때때로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담긴 추억이 그립지만 눈과 손은 디지털의 친절함에 차츰 익숙해져 간다. 3년 전 오늘의 추억에서 빠져나올 때쯤 구글은 “5년 전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라”고 등을 떼밀었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21-09-03 29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