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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에너지 수급 딜레마/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에너지 수급 딜레마/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5-06-09 23:36
업데이트 2015-06-0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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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든 국가든 두 갈래 가치 사이에서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사랑을 따르자니 부모님이 울고, 부모를 따르자니 사랑이 운다’는 신파극 대사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뜻의 진퇴유곡(進退維谷)이란 4자성어가 괜히 나왔겠나. 우리의 에너지 수급 대책이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사이에서 그런 딜레마에 직면한 느낌이다.

그제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세우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원전 2기를 새로 짓겠다는 게 골자다. 현 시점에서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인다. 원전이 그나마 경제성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화석연료를 쓰는 화전을 줄인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원전 증설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유사시 원전의 가공할 위험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나아가 원전이 장기적으로도 값싼 에너지원인지도 의문이다. 인근 주민 불만 해소나 사용후연료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쾌도난마처럼 에너지난을 풀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원전 제로’ 주장이 거룩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실현성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전기를 끊고 촛불을 켜고 지낼 순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번 7차 기본계획은 2029년까지 1억 3600만㎾의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지금보다 우리의 경제 규모를 줄인다면 몰라도 당장엔 원전도 줄이고 탄소 배출 절감을 통해 지구온난화도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얘기다.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일까. 며칠 전 전남 진도군의 가사도가 ‘에너지 자립섬’이 됐다는 보도를 접했다. 168가구 286명의 섬 주민들이 쓰는 전력의 80%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조달하고 있다니 반갑다. 작은 섬이니까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들도 화전이나 원전에서 벗어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기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진보가 더딘 게 한계다. 태양광 전지와 패널, 그리고 풍력발전 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만 소요될 뿐 경제성이 낮다면 이 또한 딜레마가 아니겠는가. 특히 현 수준의 조력발전 기술로는 해양 오염을 막긴커녕 외려 갯벌 생태계를 파괴한다니….

이런 에너지 수급상의 진퇴양난에서 벗어날 솔로몬의 해법은 뭘까. 합리적 에너지 믹스(배합) 정책을 짜는 일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모범 답안은 될 듯싶다. 즉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혁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원전과 화력발전 의존도를 점차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7차 전력수급 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0.1% 포인트 늘린 것은 그래서 반길 만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소비자의 절약을 유도하는 것도 고육지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5-06-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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