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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4차 산업혁명/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4차 산업혁명/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6-02-23 18:12
업데이트 2016-02-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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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최고수인 구글 알파고의 5번기가 다음달 9일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이세돌이 ‘센돌’이라는 별명답게 통쾌한 승리를 거두기를 바란다. 특히 바둑팬들에게는 인간이 기계에 져 프로 바둑기사란 직업이 시들해지는 것은 악몽의 시나리오일 게다.

바야흐로 세계 문명사의 전환기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바이오텍의 눈부신 발전과 산업 간 융합이 전방위로 번지는 시대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가시권에 성큼 다가온 셈이다. 정보화가 3차 산업혁명의 요체라면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지능화 시대의 도래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가 촉발한 1∼3 차 산업혁명이 그랬듯이 다시 전대미문의 직종 부침을 예고한다. 생각해 보자. 구글의 무인차가 상용화되면 운전기사라는 직종은 사라지기 마련 아닌가. 일자리 대변혁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게다. 자동차 사고는 대개 차량 결함보다는 인재다. 사고 없는 무인차의 등장은 심장외과의를 실직하게 만들 수 있다. 이식할 심장의 90%를 자동차 사고 희생자들이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기에 대량 실업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5년간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요지의 미래고용보고서를 내놨다. 며칠 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과학자들이 30년 내에 전 세계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누가 매춘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했던가. AI와 로봇이 심지어 성 노동자까지, 인간의 모든 직업군을 넘볼 것이라는 게 FT 보도의 요지다.

이처럼 현재로선 4차 산업혁명이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전문가도 많다. 기술의 지능화는 단순 직종을 없애는 대신 고도로 창의적인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무인 자동차의 상용화로 심장외과의가 일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인공심장을 연구하는 인력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이 고도화돼 신규 직종이 대거 창출되기 전까지 마찰적 실업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해결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긴 일자리 문제가 두려워 지능화의 물결을 타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말처럼 ‘근로자는 보호하되 일자리는 보호하지 말라’는 경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 2차 산업혁명에 뒤졌던 우리가 3차에 이어 4차 산업혁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그런 맥락에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발 뉴스는 퍽 고무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가상현실(VR) 분야에서 선도적 투자를 하고 있음이 확인됐으니 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6-02-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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