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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오즈의 마법사 외전(外傳)/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즈의 마법사 외전(外傳)/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1-12-12 20:30
업데이트 2021-12-1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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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토네이도의 나라’다. 일종의 강력한 회오리바람이다. 몇 ㎞ 높이까지 치솟는 중심 풍속은 100㎧를 넘어서기도 한다. 집, 자동차 가리지 않고 부수며 하늘로 감아 올린다. 미국에서는 매년 1200개 안팎의 토네이도가 나타나며, 이 중 3분의1 가까이가 캔자스주, 켄터키주, 아칸소주 등 중부 지역에서 발생한다. 토네이도가 휩쓰는 골목길이라며 ‘토네이도 앨리’라고 부른다.

미국인들의 삶 속에 워낙 가까이 있다 보니 ‘인투더스톰’, ‘토네이도’, ‘트위스터’ 등 재난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곤 한다. 무엇보다 1900년 출간된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꼽을 수 있다. 캔자스주 시골 농장에서 숙모와 함께 살던 주인공 도로시를 ‘오즈의 세계’로 날려 보낸 것이 바로 토네이도다. 신비한 세상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겪는 꿈과 모험을 얘기하는 작품이다.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 동화 자체는 물론 뮤지컬,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며 전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물론 이 동화는 사실 지독한 현실 풍자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1792년 달러를 공식 화폐로 채택한 이후 미국은 금·은 복본위제 등 수많은 시행착오와 논란을 거친 끝에 1879년 금본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실물 가치보다 달러가 더 귀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고 물가는 내려가는 디플레이션이 1896년까지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심각한 경제 위기였고, 특히 금을 거의 갖지 못한 노동자, 농민 등의 위기였다. 농산물의 가치는 공장 제조품보다 더 하락했다. 산업적 기반을 농업에 둔 중부 지역, 은광이 많은 서부 지역의 경제적·정치적 타격은 더욱 심각했다.

이러한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이들이 팽배하던 시대였음을 감안하고 국제시장에서 금을 세는 단위가 온스(oz)임을 떠올려 보면 ‘오즈의 마법사’를 왜 풍자문학이라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골 농장을 무대로 삼은 이유도, 마녀가 사는 나라를 ‘오즈’(OZ)라고 부른 이유도 짐작된다. 오즈는 금본위제 자체, 허수아비는 농민, 양철나무꾼은 노동자, 겁쟁이 사자는 민주당을 비유한다고 해석된다.

미국에서 최근 100년여 만에 최악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재산, 인명 등 막대한 피해를 냈다. 사망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미 연방정부는 가장 피해가 큰 켄터키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금본위제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동화 속 도로시는 “집(금본위 없는 세상)이 최고야”라며 구두 뒤축을 부딪친 뒤 집으로 돌아갔다. 토네이도 피해자들 역시 피해 자체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집과 가족의 일상으로 어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2021-12-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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