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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아프리카 경제개척과 문화 R&D 투자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열린세상] 아프리카 경제개척과 문화 R&D 투자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입력 2010-11-20 00:00
업데이트 2010-11-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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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프리카가 경제정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이제 세계화의 시대 속에 살면서 세계의 어느 곳이든 우리가 상대하지 않는 곳이 없고 우리 교민들이 없는 곳이 없지만, 우리가 세계의 다른 나라를 보는 눈은 아직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삶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 경제인들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시장을 개척하면서 많은 시행착오의 에피소드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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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마지막 거대한 대륙으로서 아프리카를 개척하는 데는 그동안의 해외개발의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시장을 개척할 때 경제대국답게 문화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벽을 낮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G20 서울정상회의 정신에도 보이듯이 이제 세계의 나라들이 유아독존으로 살아가던 시대는 지났다. 세계의 나라들이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손해 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바탕은 상호 문화적인 이해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문화의 이해야말로 우리의 해외 경제개발의 장기적인 효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근래 세계 각지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지역학들이 많이 성장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주요한 관심은 정치와 경제의 영역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지역에 대한 연구가 아니면 지원받기도 어렵다. 미국 유수 대학들에서 한국학이 개설되어 운영되는 예를 본다면, 우리의 유수한 대학들에서도 이제는 세계 각지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할 수 있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세계의 어떠한 지역에 대해서도 적어도 하나의 연구소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서양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연구는 이미 수세기 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애초에 식민지 정책의 하나로서 문화와 자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지만, 각국의 해외전략의 원천적인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선진 제국들은 엄청난 규모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오늘날 전 세계의 어느 곳이든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들락거리며 과학과 문화를 연구하고 그 정보를 쌓아왔다.

필자도 탄자니아 국립박물관에서 연구하던 중에 일본어로 표기된 유물 주머니를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었는데, 우리가 겨우 고고학을 시작하던 시기인 20세기 중엽에 일본 고고학자들이 그곳에서 발굴하여 남긴 유물들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지금까지 아프리카 문화연구에 투자한 연구비는 미미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선진국의 문화 전문가들이 조사연구를 하지만 우리의 사정은 거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여행기와 선교사의 체험기에 의존하여 해외문화를 이해하는 단계에서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문화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해외문화 이해의 깊이를 더하지 않으면 공동번영이라는 명제는 구두선이 될 수 있다. 세계 민족의 삶과 정신을 이해하지 않고서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있겠는가.

해외의 문화연구가 국가적인 자산이 되려면 몇 가지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지역문화연구는 우리나라의 세계정보 구축이라는 원대한 차원에서 장기적인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서 현실적인 수요와 관계없더라도 다양한 주제의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연구에서도 다양한 문화정보가 수집되기 때문에 문화정보의 분류와 분석 체계가 미국과 같이 제도적으로 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각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공유체제를 개발하여 정보의 효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연구자나 필요한 사람들이 이러한 자료들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연구자가 각 지역의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투자하지 않으면 효과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선진강국이 되려면 세계문화 연구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우리에겐 아프리카를 우리의 공동번영 파트너로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화연구 정책이 필요하다.
2010-11-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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