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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이럴 때일수록 화합을 연출하려면/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이럴 때일수록 화합을 연출하려면/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입력 2010-12-11 00:00
업데이트 2010-12-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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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3리밖에 안 되고 외곽이 7리밖에 안 되는 작은 성을 포위하고 공격해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포위하고 공격하고 있다면 이미 틀림없이 적절한 시간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늘이 내려준 시운(天時)이 그곳의 입지적 이점(地利)보다 크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곽이 견고하고 무기와 식량이 충분한데도 군사들이 성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유리한 지세(地利)가 인화(人和)보다 못하기 때문이다.”(맹자 공손축 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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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맹자의 가르침처럼 세상을 경영하려면, 특히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려면 그 어떠한 무기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성공과 실패는 시대의 흐름과 조직이 가지고 있는 유형의 자원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유형적 자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과 자세로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은 앞선 군비와 막대한 물자를 투입했지만 호찌민이 이끄는 군대에 패퇴하였다. 전쟁의 승패는 물량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만큼 동일한 방향을 지향하느냐로 결정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구성원들이 꿈을 공유하고 있는 조직은 성공한다. 좋은 사회란 공감과 공유 속에서 서로 신뢰하는 사회다. 인간을 발전시키는 경쟁도 협조와의 미묘한 균형 속에서만 바른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도 보다 큰 전체 그리고 긴 미래를 고려하여 공동의 이익을 키울 때 비로소 떳떳하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작은 이익들이 화합할 때 큰 이익이 보호되는 것이며, 겉으로 볼 때 이기적으로만 보이는 상거래도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는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만 보호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무력도발, 무역전쟁의 포연이 자욱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들은 굳센(强) 나라를 염원한다. 굳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굳셈이란 조화를 중시하면서도 남의 의견에 쏠리지 않는 것이다(중용 제10장). 굳세어 꿋꿋하다는 것은 남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이며, 화합(和合)하되 뇌동(同)하지는 않는 것이다. 화합한다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의 틀, 공통의 기반을 중시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공통의 이익’ 에 관한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기 나름의 기준에 어긋나는 부조화에 직면하면 불편하고 저항감이 생긴다. 모든 나라, 회사, 도시, 개인 등에는 각자 그 집단이나 개인 특유의 개성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차가 있다고 할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잠재의식 속에 최소한의 공평의식과 사회적 정의감을 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작은 차이, 즉 소이(小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을 초월한 아름다운 큰 같음, 즉 대동(大同)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문제는 연대하고 공존하는 공동체의 협력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에서 연대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핵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배는 여러 척이고, 많은 배들은 각자의 바다에서 서로 다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능력 있는 많은 항해사가 각자의 전문적인 바다에서 적절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지원하며 기다려 주는 것이다.

한명의 전문적인 항해사가 모든 배를 다 구할 수는 없다. 풍랑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한 분야의 전문능력에 치우친 항해사가 선단(船團) 전체를 혼자서 끌고 가려는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최고 지도자가 전체를 통할하지 않고 단지 행동대장으로 나서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필부처럼 혼자의 능력을 앞세운 항우의 리더십보다는 유방처럼 화합을 연출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2010-12-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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