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열린세상]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면서도/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면서도/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입력 2011-01-14 00:00
업데이트 2011-01-14 00:2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나라 수도에서 초등생들에게 공짜로 밥 먹이는 것이 가장 첨예한 정치의제이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초청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짐을 싸고 있다. 정치의제는 그곳의 문화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 교육에서 예술을 생각하고 예술에서 교육을 창조하려는 요코하마 시나,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마음만 있으면 무상으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파리와 비교할 때 우리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그 나라의 문화력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그나마 몇 안 되는 유학생들에게 짐을 싸게 하는 나라에서 문화대국을 운운하고 있는 것도 서글프다.

미국은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그들의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발전한 나라다. 그래서 유럽이 연합해도 미국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창조적 인재들이 이민 오고 싶은 나라인가. 그 대답은 천만에다. 창조적인 인재들은 거리를 걸을수록 아름다운 상념이 떠오르고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도시, 그리고 관용적인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한다. 19세기에는 농장이었던 우리의 무대가 20세기에는 공장으로, 그리고 21세기에는 심장(心場)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마음의 밭’을 경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경쟁력은 상상력이 샘솟는 문화력 높은 도시를 만드는 것에 달려 있다.

문화력이라는 것은 “아 좋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힘이다. 문화에는 두 차원이 있다. 살아가는 일상의 문화와 축제나 행사와 같은 비일상의 문화가 있다. 축제처럼 비일상의 문화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지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매료시키는 구심력은 일상의 생활문화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문화란 궁극적으로는 그 고도한 사회적 표명으로서의 생활문화에서 스며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경영의 기본과제는 풍요로운 생활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외부를 향해 작용하는 힘이라면, 문화력은 내향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20세기의 국가들이 부국강병을 외쳤다면 21세기의 국가가 문화력을 추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배양하면 ‘힘의 문명’을 갖게 되지만, 문화력을 양성하면 마음을 끌게 하는 ‘미의 문명’을 갖게 된다. 문화력은 “…그러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것, 즉 ‘아 ! 좋아’하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찾아오게 하고 스스로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상상력을 키우고 자극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활동과 창조활동을 촉발시키는 무대와 같은 도시를 만들고, 그 지역다운 매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이 지역답다는 것은 그곳에 기대하는 고유문화가 있다는 것이며, 고유한 모습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도시의 ‘다움’은 어떻게 일구어 나가야 하는 것인가. 인간이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도시도 그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간의 생활과 활동에 의하여 그리고 지형과 물·숲이 어우러진 상태에 따라서 다른 도시와 차이를 가지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다양성을 한마디로 특성이라고 부른다. 도시는 바로 그러한 특성을 축으로 하여 그‘다움’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도시의 ‘다움’은 공원, 주택, 빌딩과 같은 도시의 외형적 구성요소를 인위적으로 디자인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를 함께 가꾸려는 시민의식과 산업문화의 잠재력이 함께할 때 경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말 문제인 것은 우리의 도시에는 공동체가 파괴되었고, 자율적인 시민의식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절망적인 것은 우리의 정치가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것에 치중할 뿐,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지역다운 문화를 경작하는 근본문제에는 좀체 마음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제의 문제처리에만 급급할 뿐 내일의 기회를 논하는 정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1-01-14 3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