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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개인연금 도입보다 국민연금 손질이 먼저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인연금 도입보다 국민연금 손질이 먼저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2-04-25 00:00
업데이트 201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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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얼마 전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인 보험개발원이 “서민 대상 개인연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자간담회 방식이었지만 중요한 정책이니만큼 정부의 공식 입장을 알고 싶다. 저소득층이 노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개인연금 상품을 2012년에 집중적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으로 취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개인연금 도입은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더불어 논의해야 할 사안이어서 보험개발원장이, 그것도 기자간담회 방식으로 던질 수 있는 가벼운 정책 대상이 아니다.

연금은 매우 중요한 국가정책의 한 축이다. 연금은 금융자산이라는 경제 문제와 사회안전망이라는 복지 문제가 연결돼 있다. 연금으로 막대한 기금이 조성되기 때문에 미래 사회의 경영전략이 여기에서 나온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중지를 모아 초고령사회에서 발생 가능한 사회경제 문제를 진단하고, 그 대비책으로 나와야 하는 정책 영역이 연금이다. 연금 개혁은 국가정책의 밑그림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인 보험개발원이 함부로 말할 사안이 아니다.

도입하고자 하는 서민 대상 개인연금은 독일의 리스트 연금을 벤치마킹한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는 칠레 모형의 파생 제도로서 2001년 독일에서 도입했지만 성공적이라고는 평가하지 않는다. 독일은 사회보험 방식의 공적연금 종주국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당시 예기치 않은 높은 실업률 때문에 가입자가 늘지 않아 2004년에는 일종의 명목확정기여(NDC·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제도를 새로이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가 불안하면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개인연금은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독일 제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연금과 기업 중심의 퇴직연금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형식상으로 중층연금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민연금이 중심에 있고, 저소득층 대상의 무갹출 기초노령연금과 봉급생활자를 위한 퇴직연금이 있다. 취약한 부분은 자영업자를 위한 개인연금이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봉급생활자는 국민연금에 퇴직연금이라는 보충연금이 있지만, 자영업자는 국민연금 이외의 보충연금이 없다. 따라서 자영업자 대상의 연금은 고려해 봄 직하지만 서민 대상의 개인연금은 맞지 않는다.

기초노령연금은 빈곤층과 서민 대상의 연금이다. 잘 운영하면 서민 대상의 개인연금 도입은 필요가 없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가 받는다. 노인의 소득계층을 10등분할 경우 상위 30%는 대상이 아니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 노인을 망라한 나머지 70%는 모두 기초노령연금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복지 포퓰리즘의 사례 중 하나로 지적된다. 서민 대상 개인연금 도입에 앞서 기초노령연금이 서민 대상의 연금이 되도록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노인은 평생 동안 사회를 위해 기여한 분들로서 존경받아야 마땅하지만 노인인구의 70%가 보호받아야 할 빈곤층이나 서민은 아니다. 기초노령연금의 대상 범위를 줄이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게 급여를 더 주는 게 맞다.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다시 손질하는 것이 순서이다. 현재와 같은 기형적인 운영 방식을 바로잡지 않은 채 서민 대상 개인연금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덮어씌우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개인연금을 도입하려면 서민만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금개혁에 관한 시급한 문제는 현행 국민연금의 손질이다. 현재 국민연금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45등급의 소득은 389만원이다. 389만원이면 중간소득층이지 고소득층이 아니다. 한 대기업의 경우 과장 이상 모두가 최고등급이었다. 최고등급이 퇴직 후 받는 연금이 고작 90만원을 밑돈다. 이 돈으로 노후를 살아갈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2013년까지 최고등급을 46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해 놓고 지키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바로 서지 않고 중층구조를 도입해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지속가능한 연금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2012-04-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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