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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카지노 사전심사제 다음 정부에 맡겨야/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카지노 사전심사제 다음 정부에 맡겨야/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2-09-13 00:00
업데이트 201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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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레임덕에 허덕이는 이 정부가 카지노 허가의 사전심사제를 기어코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더니 불도저로 토목공사하듯이 논란 많은 사전심사제를 강행하고 있다. 대통령 말씀 한마디에 카지노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자기 일도 아닌 지식경제부가 안방마님처럼 카지노 장사에 여념이 없다. 도대체 시급한 국정의제가 산더미같이 많은데 정권 말기에 왜 이리 카지노 문제로 난리법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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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교수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교수
지난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토론회에서 경제자유구역 내 복합리조트 허가의 조속한 사전심사제를 도입하라는 대통령의 초조함은 알겠다. 국제적인 경제자유도시를 만들겠다고 여기저기 지정해 놓은 경제자유구역이 생각만큼 진척되지 않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답답하겠는가.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어디 복합리조트,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카지노 때문인가. 지식경제부가 철없이 그런 건의를 했더라도 대통령은 오히려 카지노 없이 경제자유구역을 살릴 방도는 없느냐고 죄 없는 문화체육부장관이 아니라 지식경제부장관을 나무라는 것이 더 이치에 맞지 않았을까.

카지노 허가 사전심사제의 폐해는 많이 알려져 있다. 우선 전국 경제자유구역 내 카지노 난립에 대한 우려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심사 과정에서 걸러낸다고 하지만 카지노 신청자나 각 경제자유구역 또는 주민들이 형평성을 들어 들고 일어나면 감당하기 어렵다. 내국인 우회투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른바 먹튀 논란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별 투자금도 없으면서 그럴듯한 계획서만으로 카지노 사전 허가를 받은 후 내국인 우회투자나 단기투기자본 등을 통해 투자비를 충당하거나, 최종 허가를 받은 후 비싼 값에 국내인에게 양도하는 일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망상도 아니다. 허가든 면허든 특별혜택을 받은 사업들은 그 허가권이나 면허권 자체만으로 이미 천문학적인 이득을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다. 한번 허가를 내주면 취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2000년 5년간 한시적으로 허가했던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가 2015년, 2025년으로 계속 연장되지 않았던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문제도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행정행위에 거대한 벽으로 버티고 있다. 이 밖에도 황금알을 낳는 카지노 사업에 우리 투자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비판 등 거론되는 문제점이 부지기수다.

현행법에 맞기만 한다면 경제자유구역 내의 카지노 허가를 굳이 막을 이유는 없다. 경제자유구역에 카지노를 사전 허가할 경우 투자 위험도를 낮춰 투자 유치에 기여할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고용도 늘어날 것이고 외래관광객 유입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지노 사전허가 문제는 단순히 당장의 경제효과만 가지고 결정할 정책의제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종합적인 측면에서 좀 더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식으로 강행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통에 장애가 되는 말뚝이야 빼면 그만이지만, 카지노는 말뚝이 아니다. 한번 허가를 내주면 빼도 박도 못하는 그런 일이다. 그래서 선진 외국에서도 도박사행사업에 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사업의 진척이나 내수활성화가 부진한 이유가 카지노 사후허가에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대통령 임기 말에 자꾸 논란 많은 카지노 문제를 국민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다루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긍정적 경제효과는 물론 정신적 폐해와 경제적·사회문화적 부작용 등에 관해 한번쯤 긴 호흡으로 이 문제를 보았으면 좋겠다. 국회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공론의 장을 마련했으면 한다. 아무리 대선 정국에 들어섰다고 해도 정부가 하는 일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인 셈이다. 카지노 사전 심사제는 시간을 두고 다방면의 의견을 수렴한 후 다음 정부에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2012-09-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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