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시간제 공무원 제도 도입에 즈음하여/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장

[열린세상] 시간제 공무원 제도 도입에 즈음하여/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장

입력 2013-06-10 00:00
업데이트 201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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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장
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장
며칠 전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위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필자는 십여년 전 당시 중앙인사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이 주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의 상황이 그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차이가 있다면 ‘좋은 일자리’라는 가치가 강조된 점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된 것에 비하면 우리 사회는 아직 시간제라는 개념이 생소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경우가 많고, 안정성의 대명사처럼 취급되는 공직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유럽 등에서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되고 특히 공공 부문에서 확대되는 추세에 관하여 가우와 시머드 등의 학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실업문제에 대비하는 직업창출 기능에 주목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번 대책이 고용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적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이 정책이 직업창출을 위한 대안으로서 의미를 지닌다는 것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다음의 문제는 좋은 일자리라는 개념이 어떻게 성립 가능한가, 특히 공공 부문에서 이러한 가치는 어떤 수단을 통해 확보되어야 하느냐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일자리라고 하는 것은 보수수준을 포함한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이 아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제 근로 비중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10%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공공 부문에서의 시간제 근로에 대한 통계는 아직 정확한 것이 없으며 민간 부문에 비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많은 나라에서 공공 부문의 시간제 근로 비중이 민간보다 더 높은데, 오래전의 연구임을 고려하더라도 당시의 결과는 14개국 가운데 3개국을 제외하면 공공 부문의 시간제 근로 비중이 더 높았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이에 비하면 높지 않은데 미국은 실적주의 보호의 추세,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종신고용의 추세 등이 그 이유였던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시간제 근로에 대한 법적인 보호는 충분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잘 알려진 독일의 ‘어젠다 2010 구조개혁’이나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미국의 유에스 코드 타이틀 5(U.S. Code Title 5) 등에서 시간제 근로의 목적과 범위, 여건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등 시간제 근로자의 법적 지위 확보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압축하자면 두 가지의 원칙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형평의 원칙이며 다른 하나는 비례의 원칙이다. 전자는 시간제로 근무한다는 사실이 공직사회 내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어떠한 이유도 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후자는 시간제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처우는 일반적인 전일제(full-time) 공무원과 동일하게 취급하되 그들의 근무시간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우리나라의 공직사회에 시간제 근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이 기준들이 우리나라에서 좋은 일자리로서의 시간제 근로를 만드는 핵심이겠지만, 추가로 두 가지는 꼭 주문하고 싶다. 하나는 신규채용이나 전환 등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시간제 근로가 도입된 이후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 시간제 공무원의 승진 문제가 공직사회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근무 형태와 관련하여 야근 등 시간 외 근무가 일상화되는 환경이 계속될수록 시간제 근로가 좋은 일자리로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대책이 만들어져야만 시간제 근로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직업문화로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또 다른 미봉책으로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본다. 시간제가 곧 비정규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당연한 개념이면서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이번 정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로 문화와 형태가 많이 변화하길 기대해 본다.

2013-06-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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