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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융합행정과 내실행정이 필요하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융합행정과 내실행정이 필요하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3-08-19 00:00
업데이트 201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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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제천을 다녀왔다.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는 김에 영화도 보고 주변 관광도 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다. 개막영화를 비롯해 제천시내 극장과 의림지 무대, 그리고 청풍호반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영화와 음악 공연들은 한여름 무더위를 날릴 만큼 재미있고 설레는 시간들을 만들어 주었다. 청풍호를 비롯해 제천의 아름다운 풍광은 익히 알려진 다른 명승지에 비해 나으면 나았지 조금도 밀리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정말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행복을 맛 볼 수 있어서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그러나 옥에 티라고나 할까, 영화제 행사장 주변 관광지를 방문하면서 체험한 당혹감으로 인해 여행을 마치고 돌아 와서도 마음 한구석은 영 개운치 않다.

우리 가족은 여행계획을 세우기 위해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또 호텔에서 구한 관광안내지도를 열심히 탐독하였다. 그리하여 영화 관람과 옥순봉 등의 명승 관광, 승마 체험과 천연염색 체험여행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딸들은 특히 체험여행에 기대가 컸다. 먼저 생전 처음으로 승마 체험을 해보고 싶다고 하여 제천시 홈페이지와 관광안내지도에 소개된 수산면 율지리 소재 씨엔씨 홀스팜을 찾았다. 들어가는 길이 너무 협소한 외길이어서 나오는 차를 만날까 걱정을 하며 찾아간 그곳은 이미 폐쇄되었는지 사람도 말도 없이 그저 황량할 뿐이었다. 관광 안내지도에 나온 전화번호로 다섯 차례 이상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 응답이 없었다. 첫 체험관광 시도는 그렇게 여지없이 무산되고 말았다. 가족들의 실망이 매우 컸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다음은 두 번째 관광목적지인 수산면 하천리의 산야초마을과 약초생활건강 체험학습장을 찾았다. 약초에 관해 배우고 천연염색 등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고 해서 역시 큰 기대를 안고 방문했다. 그러나 이곳 또한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유리창 밖으로 내부를 흘끔거리다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곳에서 산야초 점심을 하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그곳을 찾은 몇몇 관광객들의 허탈한 모습 뒤로 지식경제부와 제천시 후원이라 적힌 체험학습장 안내판만이 큼지막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지방행정은 종합행정이다. 국제영화제 같은 큰 문화행사는 외지에서 오는 영화제 참가자와 관람객들로 인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지역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며, 자연스럽게 지역을 홍보하는 등 일석 사오조의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효과를 배가시키려면 시청 내의 문화 담당 부서만이 아니라 각 부서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부서별로 관광객 방문을 대비한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서 간 칸막이를 뛰어넘는 융합행정이 필수요건이다. 이번에 부서별로 국제음악영화제 연관 분야 목록을 작성하여 이를 사전에 꼼꼼히 점검하고, 이 결과를 정보담당 부서와 관광담당 부서에 통보해서 홈페이지와 관광안내지도만 수정했더라도 우리 가족이 겪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관광 이야기와는 좀 동떨어졌지만 헛걸음한 산야초마을 약초생활건강 체험학습장의 경우처럼 중앙정부 후원을 받아 시행하는 사업들이 처음 의도와는 달리 유명무실해진 것은 없는지 지속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아울러 애초에 행정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배제한 채 전시행정으로 기획된 사업들은 없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들에 대해 중앙부처가 관련이 있다면 이를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보다 더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늬만 그럴듯한 사업이 아니라 내실 있는 사업을 위한 행정이 필요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도 부처 간 경계를 넘어 협업을 강화하라고 독려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는 공급자, 곧 부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곧 주민의 입장에서 그리고 시장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행정이란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가나 지방정부의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후 운영단계에 이르기까지 알차게 진행되어야 한다.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융합행정과 내실행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2013-08-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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