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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사회적 협약으로 따뜻한 고령사회 만들자/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사회적 협약으로 따뜻한 고령사회 만들자/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입력 2015-03-02 18:04
업데이트 2015-03-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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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발전을 보면 중요한 사건과 사상의 출현이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의 대혁명으로 이어지는 혁명시대에는 자유와 평등 및 인간의 기본권 신장이 탄생했다. 이러한 혁명시대를 낳은 사상의 전환이 사회계약론이었다. 사회계약은 비록 가시적인 서명 절차는 거치지 않았지만 이심전심으로 사회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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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작금의 사회적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에는 이와 유사한 이심전심의 사회적 협약이 필요하다. 현재 사회계층, 근로자와 사용자, 이념, 지역, 환경, 성별, 세대 간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비용이 연간 82조~246조원 수준에 이른다. 이 중에서도 세대 간 갈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4년부터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깊이 들여다보면 세대 간의 이해 충돌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연금의 기본 틀이 고령자의 연금을 젊은 층의 보험료에서 충당하는 부과 방식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은 저출산·고령화의 현상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준비가 미흡한 상황하에서 당연히 논의돼야 할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율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1970년 4.53명이었던 출산율은 2006년 1.13명으로 낮아졌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66조 5637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해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였으나 2014년 출산율은 1.25명 수준에 머물렀다.

출산율은 지극히 낮은 데 비해 고령화는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3년 고령화율은 12.2%였으나 2017년에는 14%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2030년 이전에 고령화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고령화율이 12%에 도달하는 데 20년이 소요된 반면 우리나라는 1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출산·고령화는 사회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낳고 있다. 우선 노동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1990년 38.9세였으나 23년 만에 5.1세 증가해 2013년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44세가 됐다. 노동시장의 인구 구조를 보면 40세 이하의 근로자가 1980년 61%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45%로 낮아진 반면 40세 이상의 근로자는 같은 기간 39%에서 55%로 확대됐다.

서울시의 경우 25~49세의 중추적 생산가능 인구의 수가 2007년 477만명에서 2040년에는 295만여명 수준으로 하락하고 50~64세의 근로자는 2007년 178만명에서 2040년 214만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후 준비가 안 된 50세 이상의 근로자가 ‘반퇴’라는 형태로 노동시장에 남게 되면서 세대 간 갈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를 못하는 것은 소득의 대부분을 자녀의 교육비와 혼수비용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요인으로 평가됐지만 이제는 고령시대의 새로운 문제점으로 등장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의 지출이 가계지출의 1순위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지나친 혼수문화도 기성세대의 부담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후 생활에 대한 책임 의식은 매우 강하다. 2014년 미국 사회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자의 53%가 노후의 생활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퇴’ 현상은 기성세대들의 자기 책임 의식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선진국 국민들의 10% 내외가 본인의 책임이라고 인식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해도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아름다운 미덕이 있다. 이제는 세대 간에 이러한 미덕을 발휘할 때다. 젊은 세대들은 일찍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자세로 기성세대의 고충을 배려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들의 미래 부담을 줄여 주는 희생적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세대 간의 아름다운 배려가 이심전심의 사회적 협약으로 정착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매우 따뜻하고 희망적인 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2015-03-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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