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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인도의 무상급식/이옥순 인도연구원장

[열린세상] 인도의 무상급식/이옥순 인도연구원장

입력 2015-04-23 18:00
업데이트 2015-04-2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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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인도연구원장
이옥순 인도연구원장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이 여전하다.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측의 주장에는 나름의 일리가 담겨 있다. 얼마 전 초등학교 교사들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도 그랬다. 학생에게 먹은 만큼 값을 치르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급식비를 덜 내거나 안 내는 학생들이 위화감을 갖게 되는 것이야말로 비교육적이라는 반론이 이어졌다. 다시 이 주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간의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해졌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쉽게 결론이 나긴 어렵다. 교육적 견지보다 정치적 입지가 더해진 문제라서 앞으로도 한동안 공방전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생에게 점심밥을 제공하는 인도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으리라. 오늘도 인도에서는 1억 4000만명의 학생들이 무상으로 점심밥을 먹고 있으니 말이다. 가난한 사람이 많은 인도의 실정이 우리와 다른 건 분명하지만 무상급식의 본질을 짚어 보는 점에선 유의미할 수 있다.

남부 타밀나두의 주 총리가 시골을 방문했다가 가축에게 풀을 먹이는 한 소년을 보았다. “왜 학교에 가지 않고 여기에 있니?”라고 묻는 높은 분에게 소년은 당돌하게 대답했다. “제가 학교에 가면 먹을 걸 주실래요? 먹을 수 있다면 배우겠어요.” 그래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정책이 탄생했다. 1956년이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곧 중단됐던 무상급식이 1962년에 부분적으로 재개되자 선거를 의식한 인기영합적인 정책이라고 비판이 쏟아졌다. 하나 무상급식을 시행한 뒤에 취학률과 출석률이 증가하고 퇴학생이 줄어드는 큰 성과가 나타났다. 아이들의 영양 증진도 눈에 띄었다. 그러자 주정부는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전면 확대했다. 이를 지켜본 구자라트 등 2개주가 1980년대에, 12개주가 1990년대에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정치적 논쟁이 이어지자 연방최고재판소는 2001년에 모든 주정부에 무상으로 점심밥을 제공하라고 판결했고, 2004년부터는 무상급식이 전국적 현상이 됐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에서 8학년(만13세 이하)에 이르는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점심밥을 먹는다. 급식비는 연방정부가 75%, 각 지방정부가 25%를 부담하는 형태지만 지방정부에 따라 분담률이 다르다. 가장 먼저 무상급식을 시작한 타밀나두는 다른 지방보다 많은 돈을 배정해 전국 최고 수준의 급식을 시행한다. 급식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많은 급료와 연금 혜택을 주는 지방이 있는 반면에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정부패로 열악한 급식이 실시되는 지방도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보건대 소외된 학생들이 먹고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돕는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학생들의 취학률과 출석률, 중도 퇴학자의 비율에 높은 변동을 가져오는 순기능이 드러나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영양 상태와 성적도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특히 부족민의 자녀와 여자 아이 등 취약하고 빈곤한 계층을 학교로 부르는 효과가 높다. 금강산이 식후경인 것처럼 배가 든든해야 배움에 대한 집중이 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수평화라는 부수적 결과도 가져온다. 무상급식으로 전국에서 약 200만명의 가난한 여성이 일자리를 얻었는데, 특히 가족을 홀로 이끄는 여성들이 많이 채용됐다. 조리와 배식, 설거지를 담당하는 주로 하층 카스트인 그들이 만든 음식을 상층 카스트 학생들이 먹는 과정이 카스트제도가 붕괴되는 데 일조한다는 주장도 맞는다. 자신보다 낮은 카스트가 조리한 음식을 먹지 않는 상층 카스트의 오래된 금기가 ‘은근하게’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도 정부는 책임질 인구가 많다. 무상급식 학생들이 1억명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정부가 미래 세대의 급식을 혼자 감당하긴 어렵다. 그래서 일부 지방에서는 민간인의 기부와 자원봉사로 이 간극을 메운다. 종교단체와 자선단체, 기업체들이 급식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 저변에는 아이들을 먹이는 일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여기는 관점이 깔려 있다.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국가에 더 많은 걸 돌려줄 것이라는 인식인데,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2015-04-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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