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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청년 창업, 기업가 정신 그리고 다양성/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청년 창업, 기업가 정신 그리고 다양성/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15-05-04 17:52
업데이트 2015-05-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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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실시된 삼성그룹의 적성검사에는 10만여명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적성검사에는 1만여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요즘 청년들의 직장 잡기가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청년 일자리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에서 영국 대학에 다니는 한국 학생을 인터뷰한 내용이 떠올랐다. 그 학생은 “한국의 대학에서는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가르치는데 여기서는 대기업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채용 시험 뉴스를 접하고 보니 그 학생의 말을 한번 더 곱씹어 보게 된다. 그리고 저렇게 유능한 청년들이 대기업에만 몰리지 말고 창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 청년들도 대기업 취직을 선호하겠지만 청년 창업의 열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갖는 명성처럼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창업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벤처 창업의 벤치마크로 불린다. 최근에는 중국 선전에서 청년들의 벤처 창업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 창업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는 단지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차원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도 이제는 예전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의 약진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우리 청년들도 벤처 창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다양한 분석과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재작년 창조경제 얘기가 한창일 때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해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 이럴 경우 그나마 남아 있던 기업가 정신마저 없어질 거 같아 걱정이 됐다. 벤처 창업이 가장 활발하다는 이스라엘에 가서 벤처캐피탈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은 벤처기업을 지원해 주는 벤처캐피탈 수가 세계 1위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 “이스라엘에서는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해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기업가 정신 같은 수업을 가르치느냐”고 질문했다. 벤처캐피탈 대표는 잠시 씩 웃더니 “당신은 유대인 엄마에 대해 알고 있느냐. 유대인 부모는 자기 자식이 변호사나 의사가 되는 것을 제일 선호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벤처 창업을 가르치는 교과목은 없다”고 대답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 불확실성을 부담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뚜렷한 의지라고 설명한다. 여기에는 혁신, 창조적 파괴, 새로운 결합, 남다른 발상 등이 포함된다. 기업가 정신은 우리같이 주입식 교육으로 대변되는 학교에서 배워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싹트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방적이고 다양성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안주하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은 애플이나 구글에 입사하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애플과 구글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아이들에게, 청년들에게 세상은 정말 넓고 사람이 사는 방식은 다양하다는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성장할 때 개방적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를 많이 접하고 자란 청년의 사고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관료적 사회에서 정형화된 틀만 보면서 자란 청년의 사고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가기 전까지는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과 항상 전시 상태에 있으므로 도시 분위기가 무겁고 획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텔아비브에서 지켜본 이스라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길거리 표지판에는 히브리어, 아랍어, 영어 순으로 3개 언어가 동시에 표기돼 있었다. 이스라엘 인구 약 700만명 중 아랍인이 150만명으로 20%를 넘는다는 것이다. 특히 텔아비브에는 세계 모든 국가의 다양한 인종이 직장을 잡거나 창업을 위해 몰려들고 있었다. 이처럼 개방적이고 다양한 환경에서 성장할 때 창조의 힘이 생기고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정신도 싹트며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저력이 형성되는 거라 생각한다.
2015-05-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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