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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진정한 동반성장/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진정한 동반성장/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5-07-10 17:54
업데이트 2015-07-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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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깊게 만드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고용 형태의 차이이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신분 차이는 아니다. 동일한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지, 고용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만약 정규직원이 수행할 수 없는 특정한 업무를 비정규직원을 채용해 그 특정한 업무를 맡기게 된다면 오히려 정규직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같은 업무를 하면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계약상에 없는 일도 도맡아 하지만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원보다 더 적은 보수를 받는다면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다.

동일한 업무를 했다면 정규직과 동일한 보수를 비정규직에게 지급하면 아무런 갈등이 발생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논리가 왜 그렇게 실행하기가 어려운가. 가진 자, 즉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겠는가.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선호할 것이고, 정규직은 자신의 몫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비정규직법은 애초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이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겪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기계약직을 양산해 노동시장을 왜곡하기도 한다. 무기계약직이 겉으로는 정규직화된 것이지만, 여전히 동일 업무 동일 대우의 원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얼마 전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했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모기업은 협력사들과의 공정거래는 물론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운영자금을 대여하고 기술지원을 하는 등 동반성장을 위한 경영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간 협력에 의해 성과가 발생하면 그 과실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진 자로서 우월적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인 동시에 산업부가 제시한 성과공유제가 정착되는 길이기도 하다. 같은 의미에서 성과는 협력사 간에만 공유될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도 동일한 업무와 성과에 대한 기여율에 따라 보수와 성과급이 지급돼야 할 것이다.

물론 정규직의 경우 어려운 채용 관문을 통과해 정규직이 된 반면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쉬운 과정을 거쳐 계약직 또는 파견직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자신들과 다르다는 주장은 존중돼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비정규직의 공헌 없이 정규직의 고용 및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비록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을 요구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보수의 안정성은 보장돼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비정규직에게 동일 업무 동일 대우를 보장하되 비정규직들도 무조건적인 고용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입사 시험을 보고 취업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비정규직원들에게 어떤 형식이든 합당한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보수 차별성이 없어질 때 단순 노무직에서 고도의 전문직까지 비정규직을 필요로 하는 고유 직무 영역이 살아날 것이고, 이어서 비정규직 노동시장이 활성화돼 그들의 고용 안정성도 보장될 수 있다. 자신의 특징을 살려 몸값을 정할 수 있고 그 몸값을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기업이 있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할 때 비로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사라질 것이다. 더이상 비정규직법이라는 왜곡된 법으로 노동시장을 교란할 것이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노동시장의 관행을 만드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한다.

차별은 기분 좋은 단어가 아니다. 특히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해 받는 상대적 박탈감은 관행이란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자유경제시장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을 모두 없앨 수는 없으며,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일정 부분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비정규직이라 해도 업무의 성격에 따라 정규직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노동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2015-07-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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