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 통해 본 역대 논란의 엔딩들

1만3433개. ‘아빠찾아 서울 상경기’로 시작해 ‘지옥에서 온 식모’로 7개월여 대장정의 막을 내린 MBC‘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시청자게시판에 종영 후 일주일 동안 오른 총 게시물 숫자다. 신세경이 짝사랑하는 이지훈(최다니엘 분)과 동반교통사고로 사망한다는 결말은 시트콤 사상 가장 끔찍한 엔딩이라는 혹평부터 반전을 넘어 깊은 전율을 안긴 엔딩이라는 찬사까지 시청자들 사이에 여전히 커다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코믹상황극(situation comedy)이라는 장르를 뒤집어놓은 충격 결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사후 평가를 좌지우지하는 엔딩. ‘지붕킥’을 계기로 역대 드라마 중 엄청난 충격과 논란을 낳은 엔딩들을 살펴봤다.

◇죽음으로 불멸이 되다-충격의 새드엔딩

드라마의 가장 비극적인 결말은 주인공의 죽음이다. ‘지붕킥’을 비롯해 근래 종영한 MBC‘선덕여왕’. KBS2‘아이리스’. ‘추노’ 등이 모두 주인공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죽음의 엔딩은 그 것이 여러 명일수록. 갑작스러울수록 더욱 큰 충격을 준다. 역대 드라마 중 최고의 새드엔딩으로 꼽히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한꺼번에 죽으며. 불멸의 신화로 산화했다. ‘다모 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MBC‘다모(2003)’는 엇갈린 사랑을 나눴던 조선여형사 장채옥(하지원 분). 종사관 황보윤(이서진 분). 반란군의 수장 장재무(김민준 분)가 최종회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 모두가 죽는 피비린내나는 엔딩을 선택해 비장미를 더했다. SBS‘발리에서 생긴 일(2004)’은 질투 때문에 파국에 치닫는 파격적인 엔딩을 선택했다. 주인공 정재민(조인성 분)은 발리에서 만난 운명의 여자 이수정(하지원 분)에 대한 사랑에 눈이 멀어 결국 그들이 처음 만났던 발리에서 강인욱(소지섭 분)과 수정을 권총으로 쏴 죽인 뒤 절규하며 자살한다. KBS2‘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도 외롭던 두 연인의 죽음으로 끝맺었다. 세상의 변두리에서 살아온 입양아 차무혁(소지섭 분)이 머릿속에 든 권총탄환 때문에 죽음을 맞고. 연인 송은채(임수정 분)는 ‘외롭게 살다간 그를 혼자 보낼 수 없다’며 자살을 선택. 시청자들을 울렸다.

◇갈등 끝! 행복시작-손발이 오그라드는 해피엔딩

최종회에 이르러 모든 극적 갈등이 단번에 해결되고 밑도 끝도 없이 화해에 이르는 엔딩도 비극적 엔딩만큼 논란의 대상이 된다. 최근 종영한 SBS‘천만번 사랑해’는 최종회에서 대리모였던 과거가 밝혀져 이혼까지 당했던 고은님(이수경 분)이 위암수술 받게 되면서. 가족 모두가 갑작스레 화해에 이르는 억지 해피엔딩으로 논란이 됐다. 은님을 괴롭히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치매에 걸려 아이처럼 착해지고. 은님이 낳은 자신의 아들 때문에 갈등을 빚었던 동서도 돌연 은님을 받아들였다. ‘막장 드라마’ 논란을 빚었던 SBS‘아내의 유혹(2009)’도 막판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던지며 급작스레 해피엔딩으로 돌아섰다. 주인공 구은재(장서희 분)를 바다에 빠뜨려 죽이려 했던 정교빈(변우민 분)과 친구 신애리(김서형 분)가 마치 벌을 받듯 바다에 빠져 죽고. 은재와 민건우(이재황 분)는 결혼하게 된다. SBS ‘하늘이시여(2005)’는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를 시어머니로. 재혼남매간인 오빠를 남편으로 맞는 설정으로 논란이 됐지만. 마지막회에 이르러 주인공 이자경(윤정희 분)이 아이를 낳으면서 모두가 행복하게 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갈등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과도한 욕심 때문인지 ‘자경’의 출생의 비밀을 아는 3명의 인물이 드라마 종반부에 교통사고. 돌연사. 연탄가스 중독으로 줄줄이 죽어나가 ‘납량드라마’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게 뭐야!-납득할 수 없는 황당 엔딩

높은 완성도와 팽팽한 긴장을 이어갔던 드라마가 결말에 이르러 ‘산으로 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박신양과 김정은을 내세운 로맨틱 코메디의 대표작 SBS‘파리의 연인(2004)’은 황당한 엔딩으로 엄청난 논란을 낳았다. ‘파리의 연인’은 재벌남 한기주(박신양 분)와 캔디녀 강태영(김정은 분)의 사랑이라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내세웠지만. 주연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률 50％를 넘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헤어졌던 두 연인이 프랑스 파리에서 재회하며 끝난 것 같던 드라마는 결국 이 모든 것이 강태영이 쓴 소설이었다는 허무한 반전으로 마무리돼. 시청자들을 녹다운시켰다. 역시 많은 드라마팬을 이끌었던 SBS‘연애시대(2006)’도 결말에 이르러 논란을 촉발시켰다. 최종회에서 주인공 이동진(감우성 분)은 전처 유은호(손예진 분)와 우연히 춘천여행을 다녀오면서 다시 재결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진과 재혼한 동창생 정유경(문정희 분)이 너무 쉽게 그들을 떠나고. 재결합한 동진과 은호가 손쉽게 화해하며 리얼리티가 급격히 떨어졌다. MBC‘태왕사신기(2007)’도 거대한 드라마스케일을 감당하지 못한채 최종회에서 태왕(배용준 분)이 사신의 신물을 모두 없애며 허무하게 끝나 시청자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그렇다면 국내 드라마에서 유독 엔딩 논란이 많은 이유는 뭘까. 사전제작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이 그때그때 반영되는 실시간 제작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 이런 제작시스템은 시청률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생겨난 형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드라마가 애초에 의도된 내용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결국 아귀가 맞지 않는 결말에 이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독이 된다”고 말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