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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도도녀’ 마음 사로잡는 박휘순

입력 :1970-01-01 09:00:00

수정 :2010-07-14 11:22:48

개그맨 박휘순(33). 그의 얼굴을 보면 웃음이 난다. 개그맨 정종철. 오지헌에 이어 못생긴 개그맨 계보를 잇고 있는 박휘순에게 최근 여성들의 사랑이 듬뿍 쏟아지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의 아바타 소개팅에서 박휘순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최선과 진심을 다해 소개팅에 임해 도도한 여성들의 마음을 녹였다. 그동안 ‘북경오리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먹으면서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 육봉달 캐릭터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감성 유머가 통했다. ‘웃기는’ 외모 뒤에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마시멜로같은 감성을 숨겨둔 박휘순을 만났다.

◇ 믿을 건 얼굴 뿐

박휘순의 자랑은 얼굴이다. 개그맨 시험볼 때도 심사위원들 앞에서 안경을 벗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심사위원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저는 개인기가 없는 개그맨 중 하나예요. 5초안에 웃기라고 하면 그냥 안경 벗고 ‘안녕하세요’합니다. 지금까지 1만2000번 정도 한 것 같아요.”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는 놀랍게도 없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는 귀엽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그는 고등학교때 여드름 때문에 잠깐 컴플렉스를 느꼈던 때가 있었지만 개그맨이 되고 나서는 그나마 말끔히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개그맨이 되고 나서 사람들이 제 얼굴만 봐도 웃어주니까 지금은 얼굴에서 손대고 싶은 곳이 하나도 없어요.”

스스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점수를 10점 만점에 7점을 줬다. 이유는 이랬다. 남녀 구분할 수 있으니까. 나이 구분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TV보다 실물이 잘생겼다”는 말을 1년에 7000번 정도 들으니까.

◇ 저 여자들에게 인기 많아요

연애 못하게 생긴 남자 박휘순. 그러나 원래 여성들에게 인기 많았다는 항변이다.

“21살때 했던 소개팅녀가 저를 맘에 들어했어요. 아프다고 하면 감기약도 사다줄 정도로 저에게 잘해줬어요. 얼마 후 군대에 가는 바람에 흐지부지 헤어졌지만요.”

대학때는 과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과 캠퍼스 커플을 이루기도 했다. 문제는 밀고 당기기를 못하는 과묵한 성격 탓에 연애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제가 서른네살인데 지금까지 연애를 6회 정도 했으니까 꽤 괜찮은 성적 아닌가요.”

외외의 사실은 또 있다. 그는 집안에서 무척 귀하게 자란 아들이었다. 부모님이 결혼한 지 17년만에 낳은 아들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 사랑을 듬뿍 받으며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랐다.

◇ 여린 감성의 소유자

그는 몹시 부드러운 남자다. 감수성이 풍부해 눈물도 많다. 드라마 보면서 울고 다큐멘터리 보면서도 운다. 최근에는 휴먼다큐를 보고 두루마리 화장지 절반을 쓸 정도로 대성통곡했다.

“새벽에 동생이 노트북에 다운받아놓았던 2006년도 다큐 프로그램을 보는데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어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웨딩사진까지 찍고 죽어서 남자가 일기를 쓰면서 회상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런 이별의 순간이 나에게도 오겠지 싶어 슬픔을 주체할 수 없더라구요. 여자친구라든가. 부모님과 이별할 순간이 닥치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싶어 한참 울었어요.”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가진 이 남자는 심지어 집안 꾸미기나 그릇 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그는 요즘 집안 꾸미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얼마전 침대보를 바꿨는데 집안 분위기가 무척 좋아졌어요. 여성들이 왜 살림에 관심 갖는지 알 것 같아요.”

◇ 인생은 롤러코스터.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해요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개그맨 시험에 떨어졌을 때였다. 2004년에 처음 KBS 개그맨 공채에 응시했다가 떨어진뒤 이듬해에 다시 도전해 합격했다.

“처음 시험에 떨어지고 난 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을 정도로 좌절했어요. 쓰레기통 옆에 쪼그리고 앉아 개그맨 포기하면 뭐할까 생각하고 그랬어요. 가장 기뻤을 때는 개그맨 시험 붙었을 때였죠. 하나님이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신 느낌이 들어서 많이 울었어요.”

개그맨 하길 잘했다 싶을 때는 녹화가 잘돼 사람들이 많이 웃었을 때. 반대로 녹화가 잘 안풀려 사람들이 웃지않을 때 괴롭다. 그렇다고 심하게 절망하지는 않는다.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법을 알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야구선수라도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안타나 홈런을 칠 순 없어요. 롤러코스터같은 상황에서 마인드컨트롤을 잘해야 한계단씩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미니홈피 대문글은 6년째 같은 문장이다. “사랑한다. 내 인생.”

“아무리 우울해도 자신의 인생을 사랑해야 해요. 저는 하루 날잡아서 저에게 좋은 것도 먹이고 좋은 옷도 입히고 그래요.”

◇ 천천히 하나씩 자신을 꽃 피울 생각

그는 재주가 많다. 초등학교 때는 글라이더를 만들어 과학영재에 뽑히기도 했고. 글짓기로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연기를 잘해 연극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학 때는 시도 썼다.

“특출난 재능이라기 보다 우연한 행운”같다며 겸손해하지만 그에게는 앞으로 자신의 관심사들을 하나씩 펼쳐낼 꿈이 있다.

자신의 생각들을 녹여내는 에세이를 쓰고 싶다. 또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도 찍고 싶다. 하고 싶은 것들을 천천히. 하나씩 개그와 병행해 풀어낼 생각이다.

88만원 세대. 44만원 세대의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저는 가진 거라고는 이 얼굴 밖에 없는데도 개그맨이 됐잖아요. 저보다 잘생긴 분들. 끝까지 도전하시면 됩니다.”

김영숙기자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