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본 첫 데뷔싱글을 발매한 소녀시대는 발매 당일 오리콘데일리싱글차트 5위에 올랐다.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일본 첫 쇼케이스에서 2만 2000여팬들을 열광시키며 현지 매스컴으로부터 집중조명도 받았다. 일본 NHK는 저녁 메인뉴스 ‘NHK 뉴스워치9’의 톱뉴스로 소녀시대의 쇼케이스에 몰린 일본팬들의 열기를 소개했고 요미우리. 마이니치. 산케이스포츠 등 주요 신문도 이를 대서특필했다. 일본 니혼TV 정보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돈!’의 MC를 맡고 있는 일본배우 나카야마 히데유키는 “소녀시대가 시대를 풍미할 것이다.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카라도 일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발표한 일본 데뷔 싱글 ‘미스터’는 오리콘 데일리차트와 위클리차트에서 각각 5위에 랭크되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일본 출신이 아닌 아시아 여성그룹으로서 위클리차트 톱10에 랭크된 것은 카라가 최초라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신기록 행진은 이달 들어서도 이어졌다. 1일 발매한 블루 레이 디스크 ‘카라 버케이션’이 오리콘 주간 블루레이 디스크 랭킹의 아이돌이미지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블루레이 디스크 종합 순위와 판매량에서 모두 일본 스타들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기록을 깼다.
소녀시대와 카라 뿐만 아니라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등도 차근차근 일본활동의 단계를 밟아가면서 한국 걸그룹 열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야말로 일본에 ‘한국낭자들’의 힘을 보여주는 쾌거다.
동방신기. SG워너비. 초신성. FT아일랜드 등 남성스타들이 오리콘차트에서 호성적을 기록해왔지만 뭐니뭐니해도 한국가수의 일본진출에 물꼬를 튼 이는 ‘아시아의 별’보아다. 2001년 15세의 나이로 일본에 간 보아는 가족.지인들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 새로운 무대에 대한 두려움 등을 모두 이겨내고 오리콘차트를 정복하며 일본 대중음악계의 최고 스타로 등극했다. 걸그룹 열풍에 앞서 일찌감치 일본을 호령했던 이 역시 가늘고 여린 체구의 ‘여성’이었다.
“레벨이 다르다”는 히데유키의 말처럼 국내 걸그룹은 1990년대 스피드. 모닝구 무스메를 필두로 퍼퓸에서 최근의 AKB48에 이르기까지 일본 여성그룹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귀엽고 앙증맞은 스타일을 표방하는 일본 걸그룹에 비해 외모와 스타일이 훨씬 성숙하고 섹시하다. 퍼포먼스 역시 보다 파워풀하고 패션감각도 세련됐다. 특히 일본의 10대와 20대 여성팬들이 이런 점에 매료됐다.
출발은 좋다. 이제 인기를 지속시킬 수 있는 ‘동력’만 갖추면 되는데 이게 바로 음악적인 실력이다. ‘어? 우리와 다른 스타일인데?’라며 호기심있게 지켜보던 일본팬들도 자꾸 보다 보면 한국 걸그룹의 스타일에 무뎌지고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좋은 노래를 발표하고 어디에 나서도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는 게 ‘롱런’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 훨훨 날개를 펼 ‘한국 낭자들’의 파이팅을 빈다.
김상호기자 sangho9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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