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30)은 올해 배우로서 더 없이 알찬 한 해를 보냈다. SBS ‘검사 프린세스’부터 같은 방송에서 최근 끝마친 ‘닥터챔프’. 그리고 다음달 13일 방영을 앞둔 ‘아테나:전쟁의 신(이하 아테나)’까지 드라마로 2010년 한 해를 꽉 채우게 됐기 때문이다.
김소연은 “‘선화’가 올 한 해를 활짝 열어줬어요”라며 기뻐했다. ‘선화’는 지난해 KBS2 ‘아이리스’에서 그가 맡았던 북한 여공작원으로. 당시 인상 깊은 연기로 KBS연기대상 인기상을 거머쥐었고 ‘아이리스’의 스핀오프인 ‘아테나’에도 같은 배역으로 출연하게 됐다.
그는 “전에도 제가 주인공을 했지만 오랜 시간 힘들었잖아요. 선화 덕분에 ‘어려웠지만 다시 돌아왔구나’ 해요”라며 선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지난 2005년 MBC ‘가을소나기’의 부진 이후 슬럼프가 있었던 김소연은 2008년 SBS ‘식객’으로 활동을 재개했고 선화로 인해 2010년은 ‘김소연의 해’가 됐다. 그래서 다시 맡게 된 ‘아테나’ 속 선화에 대해서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는 “내용이 완전 죽여요. 죽여!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다른 여배우들이 다 탐낼 모습일 것”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렇다고 다른 배역들에 애정이 덜한 것은 결코 아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선화로 배우 김소연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면. ‘검사 프린세스’에서는 공주처럼 자란 ‘엄친딸’ 검사 ‘마혜리’ 역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또 ‘닥터챔프’의 태릉선수촌 주치의 ‘김연우’ 역으로는 일상 같은 모습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다. 김소연은 “선화가 제가 너무 하고 싶었던 역이었고. 혜리는 제가 너무 좋아한 아이였다면 연우는 제가 가장 감정이입을 많이 한. 저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였어요”라며 배역 하나하나에 의미를 뒀다.
특히 연우 역은 김소연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는 극중 시행착오를 겪으며 국가대표 주치의로 조금씩 성장한 연우에 대해 “보통 드라마 속 캔디형 주인공도 아니고 별로 큰 임팩트는 없었죠. 그래서 주변에서 이 드라마 한다고 했을 때 반대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제겐 청춘의 먹먹함을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였고 캐릭터였어요. 실제 삶은 성공하는 인생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힘든 경험이 있었고. 제가 먹먹했던 순간이 있었으니까 연우가 그냥 저 같았어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눈물도 너무 많이 나고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게 됐어요. 이 시기에 연우를 만나 정말 행운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감정이입을 해 연기한 걸 다른 사람들도 알더라구요. 제가 테크닉을 써서 연기할 때는 별 반응이 없다가도 제가 정말 감정이입 해서 연기를 하면 알아채더라구요. 꼭 그럴때마다 주변에서 마음에 와닿았다고 한마디씩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의 진정성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가봐요”라며 신기해했다.
‘연우’에 얼마나 몰입했는지 한번은 촬영 도중 급체를 하기도 했다며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연우’가 하도 실수를 많이 해 속이 상하니까 ‘이도욱 실장님’(엄태웅)과 술 한잔 하면서 하소연을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소주잔에 물을 채워 촬영을 했는데. 그 술잔이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그런데 그 물에 급체해서 다음날 촬영을 위해 일어나야 하는데. 방에서 화장실로 걸어갈 수도 없을 지경이어서 엄마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해 일으켜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예요.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다른분께 죄송하게도 생전 처음으로 촬영도 몇시간 미뤄야 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선화. 혜리. 연우로 쉴 틈 없이 달려왔지만 피곤한 기색은 조금도 없다. 김소연은 “어쩌죠. 아직도 이렇게 (연기에) 목이 마른데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20대 때는 나이를 먹는게 미친 듯이 무서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더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에요.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싶어요. 시간이라는 게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기회가 있을 때 잘 해볼래요. 이왕이면 팜므파탈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스물한살에 ‘이브의 모든 것’으로 악역을 했는데 이제 십년이 지났으니 좀더 깊이 있는 악역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또 다른 기회를 노렸다.
성장통을 딛고 성숙한 연기자로 물이 오른 김소연은 벌써부터 새로운 캐릭터를 기약하며 내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조성경기자 cho@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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