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캐릭터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분장과 패션은 비단 수애의 경우뿐 아니라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연기자들이 영화에 출연할 때는 철저하게 리얼리티를 따지면서 TV 드라마에만 오면 ‘외양’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지 못해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TV의 간접광고 효과와 배우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이 결합하면서 벌어지는 ‘촌극’이다.
◇협찬의 유혹..스타가 걸치기만 해도 ‘대박’ = 수애가 인터넷상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수애에게 협찬한 업체 측은 이에 아랑곳없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애에게 의상과 가방을 협찬한 브랜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애가 새롭게 패셔니스타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가 극중 입은 원피스와 재킷, 팬츠, 토드백을 홍보했다.
이 브랜드는 “수애가 들고 나온 백은 긴 시간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방송 후 제품에 대한 문의가 엄청났고 고객들에게 수애 가방, 수애 원피스란 이름으로 불리며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자들이 TV 드라마에서 캐릭터와 상관없이 좋은 패션을 보여주는 데는 이처럼 자사 브랜드를 스타를 통해 노출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가 큰 역할을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 협찬을 하면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절로 제품 홍보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곧바로 막대한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빈이 걸치고 나온 모든 것이 화제가 됐던 ‘시크릿가든’에서는 협찬받은 게 아닌 단순 소품용으로 마련된 만년필조차 현빈이 썼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았을 정도였으니 TV 드라마 출연 스타를 향한 협찬 경쟁은 일반인의 상상 이상이다.
◇TV에서는 웬만해서는 멋져보이고 싶다 =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들은 TV에서는 웬만해서는 멋져보이고 싶은 스타들의 욕망을 공략한다.
제작에서 개봉까지 시차가 있는 데다 완제품이 공개되고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술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영화에 출연할 때는 리얼리티를 따져 분장을 하는 배우도 TV 드라마에 출연할 때는 현실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배우들이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바쁘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실제의 나와 극중 인물을 분리시키기보다 ‘지금의 나’가 예쁘게 나오는 데에 더 신경을 쓰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잠자는 장면에서도 입술까지 온 얼굴을 곱게 화장한 채로 등장하고 나오는 것인데, 여기에는 남녀 배우가 따로 없다.
또 ‘시크릿가든’에서 하지원이 연기한 길라임이 옥탑방에 사는 처지였음에도 나름대로 패셔너블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여배우들은 가난한 역을 맡아도 좋고 예쁜 옷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패션쇼’를 하기 마련이다.
여배우들은 또한 나이든 역할을 맡을 때도 탱탱한 피부와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를 고수한다. 그래서 극중 세월이 확 튀어 주변 인물 모두가 쭈글쭈글한 피부에 흰머리가 돼도 여배우 홀로 고고히 세월의 흐름을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현실감 떨어뜨리는 분장 유감 = 이처럼 배우가 캐릭터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분장을 선보이면 그만큼 시청자의 몰입이 방해되는 것은 물론이다.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현실감이 떨어지는 패션은 결국 배우에도, 작품에도 마이너스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황정음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패션으로 방송가에서 화제를 모았다.
황정음은 SBS ‘자이언트’와 MBC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잇달아 가난한 캐릭터를 맡아 그에 어울리는 의상을 선보이며 극의 리얼리티를 한층 끌어올렸다.
시대극 ‘자이언트’에 출연할 때는 스스로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구해 촌스러운 모습을 선보였고,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두 벌의 의상만으로 버텨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이끌었다.
그는 당시 “캐릭터를 현실감있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SBS 김영섭 드라마 CP는 30일 “배우 중 간혹 현실과 극중 캐릭터를 혼돈하는 경우가 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분장으로 김장감을 떨어뜨려 마이너스 되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여배우의 경우 미모에 신경쓰다보니 시청자에게 신비감을 주고픈 욕구가 있다”며 “하지만 배우라면 캐릭터에 맞게 시청자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CP는 그러나 수애의 경우와 관련해서는 “빚도 다 갚은 데다 괜찮은 출판사 팀장이라면 명품백 하나쯤은 들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옷도 화려한 해외 명품이 아니라 깔끔하고 단정한 의상을 선보여 제작진에서는 특별히 불만이 없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